“北·美 南·北 두 가지 대화 시작” 文대통령 발언 현실화?

입력 2017-12-14 05:00

틸러슨 “조건 없는 대화” 맞물려
정부,평창올림픽 참가 유도 분주
제3국 접촉설 등 계속 흘러 나와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부 장관의 ‘전제조건 없는 대북 대화’ 제의는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두 가지 대화 시작” 발언과 맞물려 주목된다. 북한의 호응 여부가 관건이지만 정부 내에선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북·미 대화와 남북 관계의 진전 가능성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비핵화 노력과 남북관계 개선의 선순환 구도를 강조해왔다. 북핵 해결을 위한 대화는 북·미가 중심이 돼서 풀어나가야 한다는 입장도 피력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일 7대 종단 지도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두 가지 대화가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데, 하나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북·미) 대화이고 하나는 남북 관계를 위한 대화”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 발언 이후 대북 움직임은 나쁘지 않다는 평가다. 제프리 펠트먼 유엔 사무차장이 북한 초청으로 평양을 방문해 대화 채널을 여는 것이 시급하다는 의사를 전달했고, 북한도 유엔과의 의사소통 정례화 합의를 밝혔다. 물론 이는 북한과 유엔 간 인도적 지원 등을 논의할 대화 채널을 의미하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는 13일 “북핵 폐기라는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된다면 다양한 형태의 접촉이 가능하다”는 공식 입장을 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유엔 사무차장이 북한을 다녀왔고 방북 후 북한 성명에 긍정적으로 읽힐 부분이 있다는 점 등은 좋은 신호”라고 말했다.

현재 남북 접촉은 완전히 끊긴 상태다.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남북 적십자 회담 및 군사당국 회담 제안에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물밑 남북 접촉설은 끊이지 않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의 공식 부인에도 불구하고 외교가에서는 제3국에서의 남북 접촉설 등이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 내년 평창 동계올림픽에 북한을 참가시키기 위한 정부의 움직임도 분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서울의 한 호텔에서 주요국 대사 30명을 상대로 정책 설명회를 열어 “북한은 더 이상의 도발을 중지하고 조건 없이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틸러슨 장관이 대화의 문턱을 크게 낮추긴 했지만 미국이 비핵화 대화 자체를 접은 건 아니다. 정부 관계자는 “틸러슨 장관의 전향적인 대화 제안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근본적으로 미국이 유지해온 비핵화를 위한 대화라는 큰 틀엔 변함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북·미 간 대화 물꼬가 트이지 않으면 남북관계 역시 개선 계기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