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거래소 설립 금지시키고 은행들은 거래소 계좌 발급 중단

입력 2017-12-14 05:02

정부가 암호화폐(가상화폐)를 바라보는 시선은 ‘기술’과 ‘투기’로 구분된다. ‘빛의 속도’로 확산되는 투기 광풍을 억제할 방침이지만 비트코인 등의 기반기술인 블록체인은 육성해 다양한 산업에 폭넓게 적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13일 가상화폐 관련 긴급 대책을 내놓으면서 “균형 잡힌 정책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도 언론사 간담회에서 “가상화폐, 암호화폐는 금융상품도 화폐도 아니다. 금융회사에서 가상화폐 거래소를 만든다고 하면 철저하게 금지시키겠다”고 했지만 “완전히 봉쇄하면 새로운 핀테크 기술 등에 지연이 (생길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장에선 이런 시각 때문에 강력한 규제가 힘들고 투기 억제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가상화폐 담당 정부부처를 정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며 “법무부에선 투기를 빠르게 잡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다른 부처에선 기술혁신 가능성을 없앤다고 맞서니 다루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시중은행은 가상계좌 발급 중단으로 투기 시장 유입을 막고 나섰다. 신한은행은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 코빗, 이야랩스 3곳에 대한 신규 계좌 발급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미 발급된 기존 계좌는 폐기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한다. 기업은행도 가상계좌 추가 개설 중단 방침을 내놓았고, 산업은행도 18일부터 거래소 가상계좌를 폐쇄할 예정이다. 다만 거래 자체가 불법이 아니기 때문에 임시방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은 고객에게 편의를 제공해야 할 의무도 있는데 완전 금지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난감하다”고 말했다. ‘비트코인 딜레마’도 커지고 있다. 비트코인 값이 오를수록 통화로서 기능은 약화되는 걸 말한다. 한때 기축통화를 대신할 미래 결제수단이라는 기대를 받았지만, 가격변동성이 커지면서 결제·유통수단으로 사용할 수 없게 됐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가상화폐의 법정통화 확장은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글=홍석호 기자 will@kmib.co.kr, 사진=최현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