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후작의 ‘소돔에서의 120일’ 육필 원고 경매

입력 2017-12-13 19:09 수정 2017-12-13 21:13
사진=AP뉴시스

서구 문학 역사상 가장 논쟁적인 작가로 꼽히는 사드 후작(본명 도나시앵 알퐁스 프랑수아 드 사드)의 에로틱 소설 ‘소돔에서의 120일’ 육필 원고가 경매에 나왔다. 사드는 상대에게 고통을 줌으로써 성적 쾌감을 얻는 행위를 일컫는 정신분석학 용어 ‘사디즘(가학음란증)’의 유래가 된 인물이다.

로이터통신은 2015년 파산한 프랑스 다단계 회사 아리스토필의 컬렉션 경매가 20일 파리에서 시작된다고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소장품이 13만5000여점에 달해 200여 차례로 나뉘어 경매가 진행된다.

첫 경매에서 가장 주목을 끄는 것은 사드가 1785년 바스티유 감옥에서 집필한 ‘소돔에서의 120일’ 원고다. 사드의 대표작으로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변태적 향락의 극단을 담은 미완성작이다.

사드는 33장의 양피지를 이은 12m의 두루마리에 소설의 초고를 쓴 뒤 감방 벽 틈새에 감춰놓았다. 하지만 4년 뒤 프랑스혁명 당시 다른 감옥으로 이감되면서 두루마리를 챙기지 못했다. 이후 누군가에게 발견된 뒤 여러 차례 주인이 바뀌었으며, 1982년 프랑스에서 스위스로 몰래 팔리면서 소송이 벌어지기도 했다. 원고 낙찰 예상가는 400만∼600만 유로(51억∼77억원)다.

첫 경매에는 작곡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악보, 소설가 뒤마와 발자크의 육필 원고도 나온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