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개입’ 육성 법정 공개
정호성 前 비서관에게
朴 취임 전부터 각종 지시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박근혜정부 출범 전부터 국정현안에 깊숙이 관여한 정황이 담긴 육성 녹음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13일 최씨 공판에서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녹음파일에 대한 증거조사를 진행했다.
파일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씨가 국정운영 관련 의견을 주고받고, 정 전 비서관이 장단을 맞추는 장면이 고스란히 녹음돼 있었다. 취임을 약 일주일 앞둔 2012년 2월 17일 박 전 대통령이 “지난번 손학규의 ‘저녁이 있는 삶’, 그게 그렇게 인기를 끌었다고…”라며 운을 떼자 최씨는 정 전 비서관에게 “한번 좀 (괜찮은 표현을) 찾아봐요”라고 지시했다. 정 전 비서관은 깍듯이 “네”라고 답했다.
최씨는 국무회의나 수석비서관회의 소집도 요구했다. 2013년 10월 국가정보원의 댓글공작 의혹이 불거졌을 무렵 최씨는 “비서관회의를 그냥 하든가. (해외순방을) 가시기 전에 국무회의를 하든가…그냥 훌쩍 가는 건 아닌 것 같아”라고 정 전 비서관에게 말했다. 실제 곧바로 수석비서관회의 일정이 잡혔다.
정 전 비서관이 수석비서관 회의 하루 전 최씨에게 “(대통령 메시지) 톤을 어떤 식으로…”라고 묻자 “그거(댓글 관련 입장)가 너무 안 들어가는 것도 그런 거 같아”라며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왔다’ ‘1년 동안 예산안을 묶어둔 채 가는 것이 바람직한지 야당에게 묻고 싶다’ 등 구체적인 표현까지 일러줬다.
검찰은 이런 녹음 내용을 토대로 “국정목표 수립부터 국무회의 일정 등 국정 전반에 최씨가 깊숙이 관여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최씨는 “검찰의 기획수사와 덮어씌우기”라며 막판까지 항변했다. 최씨의 결심공판은 14일 열린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崔 “국정운영 표현 찾아보라” “국무회의를 하든가…”
입력 2017-12-13 19:21 수정 2017-12-13 23: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