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년차도 연차 준다는데… “나도 휴가갈 수 있나요”

입력 2017-12-13 19:18 수정 2017-12-13 21:43

적용대상 결정 안돼… 회사도 근로자도 혼선

시행 이후 입사자부터인지
재직자도 해당되는지 촉각
육아휴직 후 휴가보장은
부칙에 대상 적시 혼선 피해

법 바뀌면 1년계약 종료 후
26일에 대한 수당 줘야
채용기간 줄일 가능성도


정부가 내년부터 근무기간이 1년 미만인 신입사원도 연차휴가를 쓸 수 있도록 법을 개정했지만 정작 수혜 대상인 신입사원들의 표정이 그리 밝지 않다. 적용 대상이 모호한 게 원인이다. 내년부터 개정 근로기준법이 시행된다고만 밝혔을 뿐 언제 입사한 이들부터 혜택을 받는지가 불분명하다. 이대로라면 올해 6월 입사자는 법 혜택 공백지대에 놓이게 될 판이다.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의 ‘탁상행정’이 혼선을 불렀다는 비판이 나온다.

13일 고용부에 따르면 1년 미만 신입사원도 11일의 연차 휴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개정된 근로기준법은 공포 6개월 후인 내년 5월 29일부터 시행된다. 개정 전에도 11일의 연차 휴가를 쓸 수는 있었지만, 휴가를 사용할 경우 이듬해 발생하는 15일의 연차에서 차감한다는 단서가 달려 있었다. 이 문구를 없애 2년간 26일의 연차가 보장되도록 했다.

논란이 되는 부분은 적용 대상이다. 언제 입사한 이들부터 적용한다는 내용이 담기지 않았다. 대상이 법 시행 이후 입사자인지, 2018년 신입사원인지, 이전 입사자라도 1년이 되지 않은 이들인지 기준이 모호하다. 법 시행 시점에 1년이 되지 않은 이들이 모두 적용받을 경우 문제가 복잡해진다. 가령 올해 6월 1일 입사했다면 법 시행 이후 11일의 연차휴가를 쓸 권리가 생긴다. 하지만 정작 휴가를 사용할 수 있는 기간은 3일 밖에 남지 않게 된다. 내년 6월 1일이 되면 입사 2년차가 되면서 기존 연차가 소멸되기 때문이다. 올해 5월 1일 입사했다면 한 달 차이로 수혜 대상에서 아예 제외된다는 점도 불만을 야기할 수 있는 요소다.

같은 날부터 적용되는 육아휴직자 연차 보장과 대비된다. 개정 근로기준법에는 연차휴가일수를 산정할 때 육아휴직기간도 출근 일수에 포함토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연간 80% 이상 출근해야 부여되는 연차휴가를 육아휴직 직후에도 쓸 수 있도록 법을 바꿨다. 1년 이상 육아휴직을 마친 뒤 복귀하면 출근 일수가 ‘0일’로 계산돼 1년간 연차휴가가 발생하지 않았던 점을 바로 잡은 것이다. 다만 단서가 달렸다. 근로기준법 부칙으로 ‘법 시행 후 최초로 육아휴직을 신청하는 근로자부터 적용한다’라는 점을 명시했다. 신입사원 연차휴가 보장과 달리 적용 대상의 혼선이 발생하지 않는 구조다.

신입사원 연차휴가 적용 대상이 불분명하다보니 민간업체도 혼선을 겪고 있다. 기업들은 1년간 근무하는 단기 계약직이 수혜대상인지 여부에도 촉각을 세운다. 개정 근로기준법이 적용된다면 퇴직 시 퇴직금과 함께 총 26일의 연차 수당을 얹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이 개정되기 전에 계약을 해지해야 하냐는 문의도 있었다고 한다. 청담노동법률사무소 박종천 노무사는 “앉아서 서류만 만지던 고용부 공무원들이 현장을 모르다보니 어떤 문제가 생길지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일러스트=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