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를 치르다 보면 ‘내가 바가지 쓴 건 아닐까?’라는 마음을 갖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이런 걱정이 조금은 가실 것으로 보인다. 장례비용 세부명세서가 발급되기 때문이다. 장례사업자의 세부명세서 발급은 법적 의무사항으로 유예기간이 지나는 내년 6월부터는 위반 시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회원들을 설득해 세부명세서 발급을 자발적으로 제안했던 박일도(안산제일장례식장 회장) 한국장례협회 회장은 13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세부명세서 발급은 장례사업자로서는 혁신적인 변화”라며 “우리가 먼저 투명해져야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치 있는 일을 하면서도 정작 국민의 눈높이에서 그간 우리 직업의 평판은 호의적이지 않았다”면서 “우리가 먼저 변화해야 할 것을 찾아 빠르게 변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회장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 장례비용과 관련 식비와 용품비 등이 과다 지급됐다는 최근의 언론 보도에 대해 “도저히 상상할 수도,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며 “그런 업체가 있었다면 응분의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세부명세서 발급의 배경에는 이처럼 극히 비도덕적인 업체를 원천 차단하자는 목적도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장례 사업에 뛰어든 지 불과 7년도 안 됐지만 지난해 협회 회장에 선출됐다. “소비자의 입장으로 되돌아가면 해답이 있다”는 철저한 서비스 정신으로 짧은 시간에 사업을 급성장시킨 추진력과 그동안 협회의 간부로 일하며 헌신했던 노력을 회원들이 인정한 것이다.
박 회장은 세부명세서 외에도 올해 초에는 보건복지부에 ‘국가재난 대비 지정장례식장 설치’를 제안했다. “국가적 재난에 효율적인 대처를 위한 시스템을 갖추자”는 취지의 이 제안은 정부와 지자체의 찬성을 이끌어내 내년 1월 1차로 전국의 장례식장 181곳이 현판식을 갖고 공식 출범한다. 그는 “세월호 참사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를 겪으며 국가지정 장례식장의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제안 배경을 밝혔다.
박 회장은 지역에서 기부하는 사업가로도 유명하다. 세월호 참사 당시 “어른들의 이기심으로 발생한 참사”라며 장례수익금 5000만원을 기부했다. 또 그해부터 매년 12월 “교복 대신 수의를 입은 학생들의 모습이 눈에 밟힌다”며 지역의 어려운 학생들에게 교복 지원을 하고 있다. 올해는 이와 별도로 불우이웃을 위해 쌀도 200포대 기부했다.
안산=글·사진 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
박일도 한국장례협회 회장 “장례비용 투명화로 신뢰 쌓겠다”
입력 2017-12-13 2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