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역전’ 한용덕, 역전의 독수리 키운다

입력 2017-12-14 05:00
한용덕 한화 이글스 감독이 13일 국민일보를 방문한 자리에서 “내년 시즌 한화는 ‘빅볼’로의 변화를 시도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병주 기자
그의 현역 시절 투구 모습. 국민일보DB
트럭운전사→연습생→사령탑 된 한용덕 한화 감독

‘스몰볼’ 대신 ‘빅볼’로 승부
번트보다 강공 위주 플레이 지향
야구는 결국 집중력 싸움서 결판
훈련은 많이 하는 것보다 질 중요
투수는 퀵 후크 줄이고 길게 갈 것

“나는 선수 때 늘 2인자였고 ‘큰 야구’를 하지 못했다. 하지만 감독으로서는 1인자다운 야구, 선 굵은 야구를 보여주고 싶다.”

한용덕(52) 한화 이글스 감독은 13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화의 플레이가 ‘스몰볼’에서 ‘빅볼’로 바뀔 것”이라고 밝혔다. 한 감독은 “꼭 필요한 때에만 작전을 내고 번트보다는 강공 위주로 타자에게 맡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투수 쪽에서도 ‘퀵 후크(3실점 이하 선발투수를 6회 이전 강판)’를 줄이고, 멀리 보고 길게 가는 선발 야구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감독은 2007 시즌을 끝으로 10시즌째 ‘가을 야구’에 실패한 한화의 암흑기를 물려받았다. 이런 그는 일본 미야자키 캠프의 마무리 훈련에서 훈련의 양보다는 질에 초점을 맞췄다. 한 감독은 “야구는 결국 집중력 싸움”이라며 “훈련을 많이 하는 것보다는 확실히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선수단에 강조했다. 기술 훈련 대신 멘탈 훈련을 실시하는 변화도 있었다.

이렇게 훈련 기조가 바뀐 가운데 한 연습경기에서 내년 시즌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한 감독은 설명했다. 지난달 11일 일본 프로야구 최대 명문 구단인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맞붙은 경기였다. 경기 전 요미우리의 라인업이 1군급임을 확인한 한 감독은 내심 ‘망신만 당하지 말자’는 생각이었다. 결과는 11대 1 대승이었다. 한화와의 겨울 연습경기마다 승리한 기억에 단체 관람을 왔던 요미우리 구단 수뇌부들이 오히려 기분이 나빠져 돌아갔다.

한화 1군 코치진은 장종훈(49) 수석 겸 타격코치, 송진우(51) 투수코치 등 한화의 영구결번 선수들로 짜여져 있다. 한 감독은 “이들이 현역 시절 보여준 도전정신을 한화 선수들이 본받아야 한다”고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장 코치는 연습생 출신으로서 홈런왕이 된 인물이다. 송 코치는 선수생활 중 직구의 위력이 떨어지자 서클체인지업을 장착, 기교파로서 새 전성기를 맞았었다.

한 감독 스스로가 고난을 극복한 스토리로 유명하기도 하다. 한때 야구를 포기하려던 그는 트럭 운전과 일당잡부 일로 돈을 벌다가, 모든 자존심을 내려놓고 배팅볼 투수를 자처해 야구를 다시 계속했다. 많은 배팅볼을 던지려 팔에 무리가 덜 가는 투구폼을 찾으면서 자연스레 하체 활용법과 제구를 체득했다는 게 그의 경험담이다. 이후 그는 빙그레와 한화의 선발투수로 활약하며 통산 120승을 거둔다.

꾸준한 에이스였지만 본인 스스로 ‘2인자’를 말하는 것처럼, 한 감독에게는 다승왕 등의 타이틀이 없다. 그의 투구폼도 화려하기보다는 투박하고 우직했던 모습으로 올드팬들 틈에 기억된다. 정작 스스로는 폼을 두고 웃지못할 일화가 있다고 한다. 한 감독은 “선수 시절 강병철 감독이 ‘너는 야구모자가 땅에 떨어질 정도로 세게 좀 던져라’고 말씀하셨다”며 “남들 눈에는 슬슬 하는 것처럼 보였겠지만, 최선을 다한 투구였다”고 말했다.

한 감독은 내년 시즌 주목할 선수로 외국인 우완 키버스 샘슨(26)과 하주석(23)을 꼽았다. 주장을 맡은 최진행(32)에 대해서도 “의욕적으로 훈련하고 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 감독은 “선수들이 코치진의 도전정신을 물려받고 부족한 부분을 차츰 채워 나간다면, 3년 내 우승권에 가지 않을까 싶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