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한국교회는 한 해 동안 열심히 성찰했다. 하지만 정작 '지금, 여기'를 제대로 깨닫지 못하는 바람에 새로운 500년을 바라보며 어디로 발을 내디뎌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송용원(은혜와선물교회) 목사의 ‘칼뱅과 공동선’(IVP)의 발간은 무척이나 반갑다. 그는 이 책에서 ‘공동선(共同善·the common good)’이라는 주제를 칼뱅 신학의 토대 위에서 풀어내며 한국교회의 발걸음이 어디로 향해야 할지 구체적으로 안내해준다.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빌딩 회의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송 목사는 “종교개혁의 후예로서, 앞으로 500년을 바라볼 때 무엇이 가장 중요한 것일까를 고민한 결과”라고 소개했다. 2009년 3월 타임지가 ‘지금 세상을 바꾸는 10가지 아이디어’ 중 하나로 ‘신칼빈주의(New Calvinism)’를 꼽았던 것처럼, 프로테스탄트의 공동선 개념을 회복하는 것이야말로 한국교회뿐 아니라 한국사회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미로슬라프 볼프 미국 예일대 교수 밑에서 성령론 연구로 석사학위를 땄다. 세상에 은혜를 주신 목적을 연구하기 위해 영국 에든버러대로 건너갔다. 칼뱅 신학의 권위자인 데이비드 퍼거슨 지도교수는 그에게 칼뱅의 원전 연구를 권했다.
송 목사는 “당시 토마스 아퀴나스의 공동선 신학을 다룬 저작이 많은 것과 달리 칼뱅의 공동선 연구는 많지 않은 것을 보고 놀랐다”고 했다. 그는 칼뱅의 ‘기독교 강요’를 비롯해 성경 주해, 설교, 신조, 편지 등과 같은 저작을 샅샅이 살폈다. 칼뱅 저작을 통틀어 ‘교회의 공동선’, ‘교회의 공동 재산’ 등의 표현으로 라틴어 원전에 55회, 프랑스어 원전에 87회 등장함을 확인했다. 이를 통해 프로테스탄트 공동선 개념을 복원하고 의미를 되살리는 논문을 써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당시 논문 심사위원장은 “우리가 이미 했어야 할 작업을 훌륭히 해 줘서 고맙다”고 했다.
이 책은 당시 논문을, 신학공부를 하지 않은 평신도도 읽을 수 있도록 수차례 고쳐 쓰느라 3년 만에야 출간됐다. 그는 책에서 “칼뱅은 ‘구별되지만 분리될 수 없는’ 교회의 공동선과 인류의 공동선이라는 신학 패러다임을 창출했다”고 선언한다. 그는 “신학적 차원에서 공동선은 인간들 사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최고선이신 하나님에게서 유래한다”며 “그리스도는 모든 사람의 구원을 위한 영적 공동선으로 이해된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기독교는 공동선으로 가는 최고의 길이 하나님의 은혜에 있다고 보며, 이 모든 과정을 “하나님 나라의 공공성을 회복하는 것”으로 설명한다. 하나님과 올바른 관계를 맺을 때 누리는 ‘영적 공동선’을 회복하고, 이를 ‘사회적 공동선’으로 확대하는 것이 바로 프로테스탄트 공동선의 핵심이다.
그는 미국 유학 시절 보스턴 온누리교회와 뉴욕 맨해튼 뉴프런티어교회를 개척하면서 부흥을 경험했다. 송 목사는 “한국교회는 아직도 복음의 시작에 불과한 성도의 개인 구원 문제에만 집중하고 있다”며 “세상의 제도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복음의 공공성 확보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며, 이를 함께함으로써 복음의 온전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종교개혁자들의 설교나 기도문을 보면 하나님의 영광과 교회의 공익을 위해서라는 표현이 자주 붙었다”며 “설교의 결론이, 곧 교회가 세상에 나가서 공동선을 잘 지키고 공익을 존중하라는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송 목사는 “교회는 상업적인 교환의 거래에 익숙해진 세상 가운데서 순수한 선물을 나눠주며 하나님 나라가 항상 있음을 알려주는 대사관처럼 작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동선 개념을 회복하면, 한국교회의 개혁 실마리 또한 찾아볼 수 있다. 현재 명성교회 사태에서 보듯, 그동안 개교회에 문제가 생기면 ‘왜 남의 교회 일에 참견하느냐’는 식의 저항이 많았다. 하지만 송 목사는 “세계교회 전체가 하나의 지체이고 유기적인 시스템이기 때문에 남의 교회란 없다”면서 “한 교회가 결정을 내릴 땐 하나님 보시기에 어떨까, 우리 교회에 좋은가, 그리고 한국교회 전체에 유익이 되는지, 사익의 선과 사회의 선의 조화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 목사는 “종교개혁은 영적인 구원을 온전히 회복하는 것뿐 아니라 사회적 공동체를 회복하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지구화된 세상에서 갈수록 공동선 이슈가 커질 것”이라며 “크리스천이 삶의 원리와 바탕, 목적이 공동선에 있음을 인식할 때 세상의 공기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교회가 난민 이슈, 남북한 통일 문제 등 구체적인 사안에서 공동선을 향해 나아갈 때 창조적인 선순환의 역사가 일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저자와의 만남-‘칼뱅과 공동선’ 송용원 목사] “프로테스탄트 공동선 회복이 새로운 500년의 길”
입력 2017-12-14 00:00 수정 2017-12-14 07: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