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산株 추가매각 명령 나도 이재용 지배구도엔 無風

입력 2017-12-14 05:00



공정위, 20일 결정

공정위 검토 3개 시나리오
승계구도 흔들 가능성 낮아

향후 삼성전자·물산 합병 땐
다소 사정 달라질 수도
물산株 보유 비중 높이려
승계비용 더 들어갈 듯

공정거래위원회가 오는 20일 전원위원회(위원장 김상조)를 개최해 2015년 옛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따른 삼성물산 주식 추가 매각 명령 여부를 결정한다(국민일보 12월 13일자 1·2면 보도). 공정위가 삼성 계열사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에 대해 추가 매각을 명령할 경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공정위는 13일 “순환출자 가이드라인에 대한 재검토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보도 참고자료를 통해 “현 단계에서는 특정 기업의 처분 대상 주식 수를 결정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현 단계’라는 단서를 붙인 점은 향후 삼성물산 매각 명령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시사한다.

공정위가 검토하는 가이드라인 안은 총 3가지다. 이를 삼성물산 합병 건에 적용하면 삼성전기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 500만주 또는 삼성SDI 보유분 400만주가 추가 처분 대상이 된다. 나머지 안은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공정위가 3개 시나리오 중 무엇을 선택하든 당장 이 부회장을 중심으로 짜인 삼성그룹 지배구조를 뒤흔들 가능성은 낮다. 삼성 지배구조의 핵심은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 지배 여부다.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은 0.65%에 불과하다. 대신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 4.61%를 쥐고 있다. 삼성물산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면 삼성전자 역시 지배하게 되는 구도다. 법원은 지난 8월 이 부회장에 대한 1심 판결을 선고하면서 “대주주 일가의 삼성전자 지배권 행사에 있어 삼성물산이 보유한 지분이 필수적”이라는 김상조 공정위원장의 증언을 인용하기도 했다.

현재 삼성물산에 대한 이 부회장의 지배력은 공고한 편이다.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 주식 17.08%를 보유하고 있고, 이건희 회장 등 친인척과 특수관계인 보유 주식을 모두 합하면 39.08%까지 지분율이 오른다. 공정위의 추가 매각 논의 대상인 삼성물산 주식은 2%대에 불과하다. 추가 매각 명령이 나와도 40%에 육박하는 이 부회장의 지배력이 뒤집힐 가능성은 낮은 셈이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승계 작업이라는 큰 틀에서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를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인적분할한 뒤 삼성전자 투자부문을 지주회사인 삼성물산과 합병하는 안이 거론되고 있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을 공고히 하는 차원이다. 이 부회장 입장에서는 추후 합병에 대비해 삼성물산 주식을 최대한 많이 보유해야 한다. 인하대 김진방 교수는 “향후 삼성물산-삼성전자 합병이 진행되면 삼성물산 주식 2%가 굉장히 중요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 결론에 따라 지난해 삼성SDI가 삼성물산 주식 500만주를 처분할 때 이 부회장이 2000억원을 들여 130만5000주를 다시 사들인 이유도 이 때문이다. 삼성생명공익재단도 처분 주식 재매입(200만주)에 동원됐다. 공정위 추가 처분 결론에 따라 이 부회장이 승계 작업에 더 많은 비용을 치러야 할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셈이다.

세종=정현수 이성규 기자jukebox@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