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딸 스케이팅 보다 양수 터져
토마스, 한국서 출생 4세 때 美 이민
美 쇼트트랙 5000m 계주 대표 유력
미국 쇼트트랙 대표팀에서 활약 중인 토마스 홍(한국명 홍인석·20·사진)은 한국에서 태어났다. 그는 네 살이 되던 해에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고, 모국에서 열리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 출전을 꿈꾸고 있다.
토마스에게는 재미있는 탄생 일화가 있다. 토마스보다 여섯 살 많은 누나 스테파니가 스케이팅을 배우던 때였다. 토마스의 어머니는 만삭의 몸을 이끌고 어린 딸과 함께 서울 모처의 아이스링크에 갔다. 그런데 딸의 스케이팅 수업을 지켜보던 중 양수가 터지는 바람에 병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1997년 7월의 무더운 여름날 토마스는 스케이팅과 묘한 인연을 맺은 채 세상의 빛을 봤다. 이에 미국 올림픽대표팀 공식 홈페이지 ‘팀 USA’는 “아이스링크에서 태어난 아이”라고 토마스를 소개했다.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서 이민 생활을 하던 토마스는 다섯 살이 되던 해에 처음 스케이팅 부츠를 신었다. 그는 각종 주니어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며 잠재력을 뽐냈다. 그리고 미국 청소년 쇼트트랙 대표팀에 선발돼 엘리트 코스를 밟기 시작했다.
토마스는 지난 1월 오스트리아 인스브룩에서 열린 2017 세계 주니어 쇼트트랙 챔피언십 남자 500m와 3000m 계주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며 종합 성적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달에는 중국 상하이 2017-2018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3차 대회 남자 5000m 계주에 미국 국가대표로 출전했다. 미국은 6분29초029의 세계 신기록을 써내며 한국(6분29초076)을 따돌리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평창올림픽이 다가올수록 쇼트트랙 샛별 토마스를 향한 미국 내 관심도 자연스레 치솟고 있다.
토마스는 사상 처음 모국에서 벌어질 지구촌 최대 겨울스포츠 축제에 참가할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그는 지난 여름 경기도 고양의 아이스링크에서 1달가량 훈련하며 실력을 가다듬었다. 지난해 겨울에는 평창올림픽 테스트이벤트에 참가하고자 강릉아이스아레나에 방문했다. 토마스는 지난 12일(한국시간) 팀 USA와의 인터뷰에서 “정말 탄성이 나올 정도로 에너지가 샘솟는 멋진 장소였다”고 회상했다.
토마스는 오는 15∼17일 미국 유타 올림픽 오벌에서 열리는 미국 올림픽대표 선발전에 나선다. 5000m 계주 출전권은 따 놓은 당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올림픽 쇼트트랙은 미국 대표 스포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한국에 남아 있는 아버지와 친인척들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며 평창행 의지를 보였다.
스무 살 토마스는 스스로를 한 단계 성장시킬 수 있는, 세계에서 가장 큰 무대와 마주할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아이스링크서 태어난 아이, 모국 평창행 눈앞
입력 2017-12-14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