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복-유태평양 “젊은 감각으로 ‘철부지 심봉사’ 보여드릴게요”

입력 2017-12-14 05:00
마당놀이 ‘심청이 온다’에서 심봉사 역을 맡은 유태평양(왼쪽)과 이광복. 12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만난 두 사람은 “이번에 공연하는 하늘극장은 관객과 가까워 부담스럽지만 소통하기 좋아 재미있다”고 입을 모았다. 2014년 초연했던 해오름극장은 내년부터 공사에 들어간다.곽경근 선임기자
마당놀이 ‘심청이 온다’의 한 장면. 국립극장 제공
마당놀이 ‘심청이 온다’ 심봉사 역 이광복·유태평양

최근 개막한 국립극장의 마당놀이 ‘심청이 온다’에서는 유독 심봉사가 눈에 띈다. 철부지에 SNS 중독, 허세증까지. 심봉사는 원작과 달리 욕망을 겉으로 드러내며 특유의 개성으로 극의 중심을 이끈다.

그런데 심청의 아버지 심봉사 역을 맡은 배우는 국립창극단 소속 유태평양(25). 역대 최연소 심봉사다. 유태평양과 함께 더블 캐스팅된 이광복(34)도 초연에 비하면 한결 젊어졌다. 2014년 초연 때는 배우 송재영(56)과 김학용(52)이 심봉사 역을 맡았다.

지난 12일 공연이 열리는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유태평양과 이광복을 만났다. “극 중 심봉사가 철부지라서 저희가 하게 된 것 같아요. 선생님들이 하실 때는 공력이 있죠. 연출(손진책)님이 저희에게는 애 같은 모습을 원하신 것 같아요.”(유태평양) “젊은 관객을 아우르기 위해 대사 중 유행어를 많이 사용해요. 그런 부분은 젊은 저희가 하면 더 와 닿지 않을까요?”(이광복)

이광복은 2015년 ‘춘향이 온다’에서는 이몽룡 역을, 지난해 ‘놀보가 온다’에서는 마당쇠 역을 맡을 만큼 연기 폭이 넓다. 유태평양은 김성녀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이 “태평양이 속에는 영감 10명이 들었다”고 얘기할 정도로 넉살좋은 연기를 하기로 정평이 났다. 배우와 현장 분위기에 따라 매회 달라지는 마당놀이의 특성상 둘을 비교하는 재미도 크다.

“확실히 괜히 나이와 경력이 있는 게 아닌 게요. 저와 비교했을 때 아버지로서 심봉사의 모습이 더 있어요. 형은 결혼도 했거든요. 곽씨 부인이 죽었을 때 연기가 굉장히 슬프게 다가와요.”(유태평양)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가 굉장해요. 어린 나이부터 무대에 서서 노련하고 관객들과 소통을 잘해요. 후배지만 저런 부분은 본받고 배워야겠구나 생각해요.”(이광복)

마당놀이는 관객과 호흡에서 나오는 매력이 크다. “심봉사가 어린 청이를 안고 관객에게 젖동냥을 해요. 정말 젖 주는 연기를 하시는 분, 쑥스러워서 손만 흔드시는 분도 계세요. 때론 생각지도 못한 반응이 나와서 당황할 때도 있어요.”(이광복) “오늘은 한 여성 관객에게 젖동냥을 했는데 갑자기 남성 관객이 아이를 데려 가시더라고요. 그래서 주는 시늉만 하지 말고 진짜 줘보라고 대사를 하니까 진짜 옷을 벗으시려는 거예요(웃음).”(유태평양)

올해 ‘심청이 온다’의 무대는 하늘극장이다. 관객이 원형 무대를 감싸고 위에서 내려다보는 구조다. “너무 가까워서 부담스럽기도 해요. 하지만 무대가 마당놀이에는 더 적합한 것 같아요. 한 바퀴만 돌아도 관객 표정이 다 보이거든요. 그래서 반응이 좋은 관객이 있으면 기억해 뒀다가 가서 애드립을 해야겠다고 계획하기도 해요.”(이광복)

유태평양은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 당시 ‘심청이 온다’에도 나오는 ‘비나리’를 선보였다. “비나리는 축원하는 음악이에요. 한미관계가 잘 풀리길 바란다는 의미였어요.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에는 생소해하더니 중간 접어들면서 재밌어하셨어요. 후문에는 무슨 뜻인지 알려달라고 관심을 보이셨대요. 엄숙하지만은 않았고 화기애애했어요.”(유태평양) 내년 2월 18일까지, 전석 5만원.

권준협 기자 gaon@kmib.co.kr, 사진=곽경근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