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럴까요] NBA서 줄어드는 뱅크슛, KBL선 여전

입력 2017-12-13 05:00
원주 DB의 외국인 선수 로드 벤슨이 지난 9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정규리그 전주 KCC와의 경기에서 뱅크슛을 시도하고 있다. KBL 제공

‘저기에 맞히기만 하면 골’ 확신
선수들 심리적 안정감 이유인듯

원주 DB의 외국인 센터 로드 벤슨은 12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정규리그 서울 SK와의 경기에서 4쿼터까지 9개의 야투 중 4개를 ‘뱅크슛(백보드에 공을 맞힌 뒤 림에 집어넣는 슛)’으로 시도했다. 2개의 덩크슛을 제외하면 절반 이상의 점프슛 상황에서 백보드를 겨냥한 셈이다. 지난 9일 전주 KCC와의 경기에서는 벤슨의 슛 12개 중 8개가 뱅크슛이었다.

벤슨은 자유투 3개도 모두 뱅크슛으로 시도했다. 한국에서 7시즌째를 맞는 벤슨은 원래 자유투를 던질 때 직접 림을 겨냥했지만, 한국 선수들의 권유로 현재의 폼을 갖게 됐다고 한다. 투박하게 백보드를 맞히기 시작한 결과 50% 남짓하던 자유투 성공률은 지난 시즌 72%까지 높아졌다. 올 시즌은 64% 수준의 자유투 성공률을 보이고 있다.

한국프로농구연맹(KBL)은 벤슨뿐 아니라 여러 선수들에게서 뱅크슛 선호 경향이 발견된다고 설명한다. 국가대표급 가운데서도 이정현(전주 KCC), 박찬희(인천 전자랜드) 등이 자유투를 뱅크슛으로 던진다. 연맹 차원에서 선수들의 백보드 선호 이유를 분석한 적도 있다. 슛 거리가 40∼50㎝ 늘어 조준이 어렵고, 공의 세기와 회전까지 고려하는 뱅크슛이 꾸준히 시도되는 원인이 궁금했던 것이다.

이론적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뱅크슛을 던지는 이유는 심리적 안정감이었다. KBL이 이재도(안양 KGC) 등의 이야기를 들어본 결과 “‘저기에 맞히기만 하면 된다’는 느낌이 든다”는 답변이 많았다고 한다. 농구인들은 뱅크슛의 뿌리를 ‘전자슈터’ 고 김현준 삼성 코치에게서 찾는다. 이성훈 KBL 사무총장은 “김현준이 여러 각도에서 백보드를 잘 활용했다”고 회고했다. 이후에는 문경은 서울 SK 감독이 뱅크슛을 잘 던졌다고 한다.

미국프로농구(NBA)에서는 뱅크슛 시도가 드물고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은퇴한 팀 던컨 정도가 뱅크슛으로 유명했을 뿐, 점프슛 과정에서 백보드를 맞히는 선수는 손에 꼽힌다는 게 미 언론의 분석이다. NBA 선수들이 뱅크슛을 잘 던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그렉 포포비치 감독은 “그저 멋지지 않기 때문(It’s just not cool)”이라고 답변한 적이 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