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좋다고 옮겼는데… ‘따끔’ ‘근질’ 새사옥 증후군

입력 2017-12-13 05:01
리모델링 공사를 하고 있는 서울 서초구 CJ오쇼핑 사옥(위 사진)과 새집 증후군 논란으로 입주가 늦춰진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신사옥. CJ오쇼핑 홈페이지 캡처, 아모레퍼시픽 제공

CJ오쇼핑·아모레퍼시픽 등
직원 불만에도 급박한 일정 탓
페인트칠 다음날 입주 하기도

논란일자 재택근무 등 뒷북 대책

“못견디겠다” 호소하니 주는 건 마스크 한장뿐


서울 서초구에 있는 CJ오쇼핑 사옥은 지난 5월부터 리모델링 공사를 시작했다. 당시 회사는 증축 공사를 한다고 직원들에게 공지했지만 최근 기존 건물도 리모델링한다는 안내가 전달됐다. 그러면서 직원들은 먼지와 소음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전날 저녁까지 페인트칠을 하던 층에서 다음날 근무를 하거나 근무 중인 사무실 안에서 공사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CJ오쇼핑은 지난 8일부터 가동 2∼4층과 다동 1층 사무공간을 리모델링하고 있다. 회사는 평일 야간 8시 이후와 주말에 공사를 한다고 안내하며 소음과 분진을 최소화하겠다고 했지만 직원들이 체감하는 실상은 다르다. 직원들은 내부 인트라넷에 “눈이 뿌옇고 기침이 마르질 않는다” “평생 없던 비염이 생겼다” “매일 닦아도 자리에 먼지가 뿌옇게 앉는다” 등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비염, 피부질환, 눈 따가움 등을 호소하는 직원들에게 회사가 건넨 대책은 얇은 치과용 마스크 한 장이었다. 불만이 쇄도하자 회사는 층별로 공기청정기를 3대씩 배치했지만 효과는 미미하다는 것이 직원들의 반응이다. 홈쇼핑 특성상 주말에도 직원들이 회사에 나와 근무하는데도 공사는 계속 진행 중이다. 식당이 있는 지하까지 먼지가 들어오자 직원들은 식당에서 밥을 먹을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새집증후군 논란으로 사옥 입주를 연기했던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11일 직원들의 입주를 재개했다. 하지만 불편은 여전하다. 영하 10도 안팎의 강추위에 아모레퍼시픽 직원들은 한 시간에 한 번씩 진행되는 외부 환기로 추위에 떨어야 한다.

앞서 지난달 20일 신사옥에 입주했던 직원들은 눈 따가움과 피부질환 등을 호소했고 회사는 이전 사옥에서 근무하거나 재택근무를 하도록 조치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12일 “임산부도 원칙적으로 신사옥 근무를 해야 하지만 건강이 걱정되는 이들은 재택근무를 하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회사가 올해 안으로 무리하게 공사를 마무리하느라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CJ오쇼핑의 한 직원은 “사전에 공사 일정을 이렇게 타이트하게 잡지 않았으면 직원들이 고생할 일도 없었을 것”이라며 “직원들의 불만이 줄을 잇는데도 회사의 대응이 너무 안이한 것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CJ오쇼핑 관계자는 “애초 12월 초 공사를 끝내려 했지만 일정이 늦춰지면서 연장이 됐다”며 “직원들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