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호’가 북한과의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경기에서 상대의 자책골로 쑥스러운 승리를 거두고 대회 2연패의 불씨를 살렸다. 하지만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허점을 보여 뒷맛이 찜찜한 경기였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 축구 대표팀은 12일 일본 도쿄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열린 북한과의 대회 2차전에서 1대 0으로 이겼다. 중국과의 1차전에서 2대 2로 비긴 한국은 1승 1무를 기록, 16일 일본과의 마지막 3차전을 통해 우승을 노린다. 북한과의 역대 전적은 7승 8무 1패가 됐다.
이날 스리백을 들고 나온 신태용호의 경기력은 실망스러웠다. 상대의 자책골이 없었더라면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웠다. 한국은 경기 초반 북한의 밀집수비에 막혀 좀처럼 득점 기회를 잡지 못했다. 투혼을 앞세운 북한은 간간이 역습에 나서며 한국 골문을 두드렸다. 특히 코너킥 상황에서 나온 약속된 플레이는 위협적이었다.
결정타를 날리지 못하던 한국은 후반 18분 선제골을 얻었다. 북한 수비수 리영철이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김민우의 패스를 걷어내려고 다리를 뻗었는데, 공이 다리에 맞고 굴절되며 그대로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진성욱이 상대 문전에서 리영철과 치열한 볼 다툼을 벌인 덕분에 나온 자책골이었다.
한국은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도 오르지 못한 북한을 상대로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낙제점을 받았다. 우선 북한이 미드필더 5명과 수비진 4명을 2열로 세우는 ‘버스 차벽’ 전술을 효과적으로 뚫지 못했다. 또 월드컵에 나설 멤버들로 꾸린 수비진은 중국전에 이어 또 후반 중반부터 조직력이 흔들려 실점 위기를 자초했다. 월드컵 본선에서 독일, 스웨덴, 멕시코 등 강호들을 상대해야 하는 한국은 수비 조직력을 강화할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참사를 면치 못할 전망이다.
신 감독은 경기 후 “골 결정력에 있어서 집중력을 갖고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결과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골을 넣어야 한다. 우리 스트라이커들이 문전에서 좀 더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스리백을 써 봐야 하기 때문에 오늘 준비했다. 수비 무게를 밑으로 가져오면서 공격 쪽 인원이 부족해 무뎠다는 것은 인정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신태용호의 2018 러시아월드컵 베이스캠프가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정해졌다. 이곳은 치안이 좋은 편이고, 훈련장 시설도 잘 갖춰져 있는 것으로 사전 답사에서 확인됐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1차전 장소인 니즈니노브고로드까지 1140㎞(비행시간 1시간 30분), 2차전 장소인 로스토프나도누까지 1824㎞(2시간 15분), 3차전 장소인 카잔까지 1540㎞(1시간 50분)이다. 대표팀이 숙소로 사용할 뉴피터호프 호텔은 주변에 호수가 있어 선수들이 훈련 후 산책하며 휴식하기에 좋은 환경이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北 자책골에… 신태용호 쑥스러운 첫 승
입력 2017-12-12 2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