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동성애 혐오표현을 금지해야 한다”는 공문을 서울시내 모든 초·중·고등학교에 발송한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학부모와 전문가들은 ‘동성애 혐오표현 금지’ 논리가 정당한 비판마저 차단시켜 헌법에 보장된 양심 사상 학문 종교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동성애 비판을 ‘혐오’로 막겠다?
서울시교육청은 최근 각 학교에 ‘차별 없는 평등한 학교문화 조성을 위한 안내문’을 발송하고 “혐오표현이란 사회적 소수자의 속성을 가졌다는 이유로 차별·혐오하거나 차별·적의·폭력을 선동하는 표현”이라면서 “성소수자 등이 혐오표현의 주된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이어 ‘동성애자는 에이즈 환자다’ 등을 대표적 혐오표현으로 꼽았다.
이 같은 공문발송은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가능했다. 조례에는 ‘학교 설립자, 경영자, 학교장과 교직원, 학생은 성적지향 등을 이유로 차별적 언사나 행동, 혐오적 표현 등을 통해 다른 사람의 인권을 침해해선 안 된다’고 나온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혐오는 ‘동성애자는 이렇다’처럼 어떤 집단을 일반화시켜 비하하거나 폭력·적개심을 갖게 하는 것을 말한다”면서 “공문은 차별적 표현을 금지하고 타인의 인권을 존중하며 평등한 학교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참고자료”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해명과 달리 학교장과 교직원을 제재할 수 있는 신고처와 구제절차가 수록됐다.
부도덕한 행위 비판까지 ‘혐오’로 낙인
유대인이나 흑인처럼 특정 그룹에 대한 혐오가 성립하려면 인종 성별 출신민족 피부색 장애처럼 절대 변하지 않는 성질을 갖고 있어야 한다. 또한 역사적으로 극심한 탄압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서울시교육청은 수시로 바뀔 수 있는 부도덕한 동성간 성행위를 인종 피부색과 같은 반열에 올려놓고 혐오표현을 적용시키려 하고 있다.
조영길 법무법인 아이앤에스 대표변호사는 “혐오표현 논리가 부도덕한 행위에 대한 정당한 부정적 평가, 부동의(不同意)마저 봉쇄하는 독재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면서 “해당 표현이 특정 행위자에 대한 비난이 아니라면 표현의 자유를 봉쇄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조 변호사는 “정당한 혐오와 반대는 부도덕한 행위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면서 “그런데도 특정 행위에 대한 혐오를 마치 행위자에 대한 혐오로 몰아 제한하려는 것은 문화독재 의도가 숨어있다”고 꼬집었다.
게다가 한국사회에선 ‘혐오’의 정의마저 불분명하다. 고영일 자유와인권연구소장은 “내면의 심리상태를 어떻게 혐오로 측정하겠다는 건지 이해되지 않는다”면서 “공무원 사회의 특성상 이런 공문이 내려가면 동성애에 대한 비판은 전면 금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나모(34·여)씨는 “그렇다면 학교에서 ‘국내 에이즈 환자의 다수가 남성 동성애자’라고 가르치면 혐오표현이 되는 것이냐”면서 “우리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동성애를 옹호하는 학생인권조례 폐지운동을 벌일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동성애 혐오 금지” 서울시교육청, 관내 전 학교에 공문
입력 2017-12-13 00:00 수정 2017-12-13 1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