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정 권익위원장 평가
“가액범위 최소한의 조정
법의 취지도 중요하지만
농축수산물 정책 배려 필요”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 후 청렴 문화가 확산되는 등 전 사회적으로 긍정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국민권익위원회가 밝혔다. 하지만 농축수산업에서는 매출이 감소하는 등 부정적 영향도 없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권익위는 농축수산업계 요구를 반영한 김영란법 시행령 개정안을 내년 1월 말까지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박은정 권익위원장은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국민 보고대회에서 “국민과 공직자, 기업인은 모두 청탁금지법이 청렴 한국을 건설하는 데 긍정적 변화를 가져왔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일부 업종에서 매출 하락 등 부정적 영향이 있었다. 소관 기관의 장으로서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익위에 따르면 김영란법 시행 후 한우, 화훼, 음식업 분야에서 총 4367억원 규모의 생산액 감소가 나타났다. 이 효과가 경제 전 분야로 확산되면서 총생산은 9020억원, 총고용은 4267명 줄어들었다. 비율로 보면 총생산 감소는 0.025%, 총고용 감소는 0.018%였다.
이에 따라 권익위는 11일 전원위원회에서 농축수산품에 한해 선물비를 현행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올린 김영란법 시행령 개정안을 가결했다. 박 위원장은 “법 시행으로 초래된 부정적 영향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응도 중요하다”며 “농축수산물에 대한 영향을 정책적으로 배려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새 시행령의 적용 시기와 관련해 “내년 1월 말까지 차질이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농축수산업을 제외한 다른 분야에서는 긍정적인 영향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권익위에 따르면 김영란법 시행 이후 상장기업의 판매관리비 대비 접대비 비율은 전 산업을 통틀어 0.3∼0.6% 포인트 감소했다. 또 기업인의 74%가 ‘기업을 경영하기 좋아졌다’고 응답했다. 권익위는 “법 시행 이후 기업의 접대비 지출이 유의미하게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권익위는 선물 상한 10만원 예외 규정을 적용받을 수 있는 선물 품목을 예시했다. 농축수산물은 한우, 돼지고기, 오리고기, 사골, 갈치, 대하, 간고등어, 굴비, 옥돔, 멸치, 미역, 마른김, 곶감, 수삼, 녹차, 껍질을 벗겨 포장한 채소, 꿀, 화환 등이 해당한다. 농축수산 가공품은 조미김, 어묵, 생선통조림, 젓갈, 간장게장, 햄, 불고기, 떡갈비, 훈제오리, 고춧가루, 곡물·버섯 분말, 참기름, 볶음고추장, 과일잼, 흑마늘, 홍삼, 홍삼액을 바른 곶감 등이다.
김영란법 시행령 개정안은 또 상품권의 경우 선물 가액기준인 5만원을 넘지 않더라도 공직자 등에 제공하지 못하도록 금지했다. 권익위는 “상품권 등 유가증권은 현금과 유사하고 사용 내역 추적이 어려워 부패에 취약하다”며 “음식물 가액기준을 회피하기 위해 상품권을 악용하는 등 편법 수단을 차단하고 농축수산물 선물 소비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청렴문화 확산, 일부 업계 타격”… ‘김영란법 1년’ 평가
입력 2017-12-12 1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