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태종수·노광철 등
대회 주석단에 앉아
이병철·김정식은 또 불참
과거엔 군수산업 비공개
김정은 체제 들어선 뒤엔
업적·내부 결속용으로 활용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북한이 군수공업대회 개막 사실을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핵·경제병진 노선을 선전하기 위한 군수공업대회는 김일성·김정일 시대에도 있었지만 그동안 북한 매체에 보도된 적은 없다. 핵무력 완성 성과를 과시하고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조선중앙통신은 “제8차 군수공업대회가 11일 평양 4·25문화회관 대회장에서 성대히 개막됐다”고 12일 보도했다. 대회에는 지난달 29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 15형’ 시험발사 성공에 기여한 과학자, 기술자, 근로자 등이 참석했다.
대회 주석단에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태종수 당 부위원장, 노광철 군수경제위원장, 장창하 국방과학위원장, 전일호 군 중장, 홍승무·홍영칠 당 군수공업부부장이 자리했다. 김 위원장은 “적들을 완전히 제압할 수 있는 우리 식의 다양한 군사적 타격 수단을 더 많이 개발 생산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위원장이 주석단에 나오는 순간 폭풍 같은 만세의 환호성이 터졌다고 통신은 전했다.
반면 미사일 개발을 담당했던 노동당 군수공업부의 이병철 제1부부장과 김정식 부부장은 주석단 명단에서 빠졌다. 김 위원장의 미사일 발사 참관을 근접 수행해 온 이들은 지난달 29일 화성 15형 발사 현장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대회는 보고와 토론 순으로 진행됐다. 보고자로 나선 태 부위원장은 “우리 조국은 남들이 수십년을 두고도 이루지 못할 군사적 기적을 불과 1, 2년 안에 이룩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두 차례 수소탄 시험의 완전 성공과 3·18혁명, 7·4혁명, 7월 28일의 기적적 승리, 11월 29일의 위대한 대승리는 민족사적 대경사”라고 덧붙였다.
이는 최근 2년간의 핵·미사일 개발 성과를 부각한 것이다. 북한은 2016년 1월(4차 핵실험)과 지난 9월(6차 핵실험) 각각 수소탄 시험 성공을 주장했다. 3·18혁명은 북한이 ICBM에 쓰이는 신형 엔진의 연소 실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자축하며 쓴 표현이다. 북한은 7월 4일과 28일 연달아 ‘화성 14형’을 발사했고, 11월 29일 화성 15형을 쐈다. 발사 때마다 최대 사거리를 늘려 미 대륙 전역을 타격할 수 있음을 과시했다. 태 부위원장도 화성 15형을 ‘미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초대형 중량급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완결판 ICBM’이라고 자평했다.
이와 관련,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군수공업대회를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화성 15형 발사 이후 성과들을 과시하면서 주민 결속을 다지는 계기로 활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은 과거 핵·미사일 등 군수산업 분야는 비공개로 다뤘지만 김정은 체제 들어서는 이를 업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 당국자는 ‘황병서 총정치국장이 출당되고 김원홍 총정치국 제1부국장이 수용소에 수감됐다’는 언론보도에 대해 “관련 동향을 주시하고 있지만 공식적으로 확인된 사실은 없다”고 말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
北 ‘군수공업대회’ 이례적 공개… 핵무력 완성 과시
입력 2017-12-13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