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베르데 감독 매직… 올 시즌 리그·UCL서 유일 무패 행진
2003년 아틀레틱 빌바오 첫 지휘
에스파뇰 등 거쳐 올 5월 감독 맡아
네이마르 이적 따른 MSN 붕괴에도
메시 활용 극대화 전술로 승승장구
지난 8월 열린 수페르코파 데 에스파냐(스페인 슈퍼컵)에서 FC 바르셀로나는 1차전 1대 3, 2차전 0대 2로 라이벌 레알 마드리드에 완패를 당했다. 앞서 5월 바르셀로나 지휘봉을 잡은 에르네스토 발베르데 감독의 지도력은 도마에 올랐다.
그러나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바르셀로나는 이후 공식전 23경기에서 단 1패도 기록하지 않고 18승 5무의 성적을 거뒀다. 바르셀로나는 12일 현재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에서 12승 3무(승점 39)의 성적으로 1위를 질주하고 있다. 2017-2018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조별리그에서도 4승 2무로 D조 1위에 올랐고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바르셀로나는 이번 시즌 유럽에서 자국 리그와 UCL 모두 무패를 기록한 유일한 팀으로 남아 있다.
라이벌 레알 마드리드에 굴욕적인 완패를 당할 정도로 기울어가던 바르셀로나를 발베르데 감독은 어떻게 살렸을까.
2003년 아틀레틱 빌바오에서 본격적인 감독 생활을 시작한 발베르데 감독은 RCD 에스파뇰, 비야레알 등의 감독을 맡으면서 풍부한 경험을 쌓았다. 2013년에 다시 아틀레틱 빌바오를 지휘, 한정된 선수 자원으로 선전하면서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특히 아틀레틱 빌바오가 2015년 8월 스페인 슈퍼컵에서 바르셀로나를 1, 2차전 합계 5대 1로 꺾고 우승컵을 차지, 화제가 됐다.
발베르데 감독은 이번 시즌 고전할 것처럼 보였다. 그가 지휘봉을 잡은 직후 공격수 네이마르가 프랑스 프로축구 파리 생제르맹(PSG)으로 이적하면서 가공할 공격력을 자랑하던 MSN 트리오(리오넬 메시-루이스 수아레스-네이마르)가 깨졌기 때문이었다. 여기에 메시, 수아레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등 주축 선수들의 평균 연령이 올라가면서 과거 바르셀로나의 압도적 볼 점유율과 화려한 플레이도 쉽게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한정된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고 맞춤 전술에도 뛰어난 발베르데 감독은 바르셀로나에서 마법을 부렸다. 그는 바르셀로나를 대표하는 4-3-3 전술보다는 메시의 활용을 극대화하고 중원을 두텁게 하는 4-4-2 전술을 구사했다. 프리롤로서 메시를 투입, 수비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고 공격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준 것이다. 메시도 여기에 화답, 프리메라리가에서 14골을 터뜨리며 득점 선두에 올라 있다. 이니에스타, 파울리뉴, 세르히오 부스케츠 등이 뛰는 중원은 탄탄하게 버텨주면서 팀의 조직력을 강화했다.
또 그는 과거 바르셀로나 특유의 공격이 중심인 화려한 축구보다는 팀 밸런스를 맞춘 실리 축구, 지지 않는 끈적한 축구를 추구한다. 장기간 이어지는 리그와 UCL 경기 등을 치르기 위해 메시를 비롯한 주축 선수들을 선발에서 빼기도 하고 다양한 대체 자원을 활용한다. 주축 선수들에게 충분한 휴식을 제공, 체력 안배와 부상 방지 등을 노리는 포석이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발베르데 감독이 바르셀로나의 팀 컬러에 밸런스를 중시하는 실리 축구를 조화롭게 섞었다”면서 “또 오랜 기간 프리메라리가 감독을 해오면서 선수들에 대한 이해도가 굉장히 높다”고 평가했다. 이어 “주전 선수들 나이가 많은데 발베르데 감독이 영리하게 다양한 선수를 투입하면서 선수단 관리를 잘해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
바르샤, 다시 나르샤
입력 2017-12-13 05:00 수정 2017-12-13 1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