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공무원노조, 11년만에… 인사혁신처와 단협 체결

입력 2017-12-12 19:05 수정 2017-12-12 21:46

11년 동안 교착상태에 있었던 정부와 행정부처 공무원노조 간 단체교섭이 타결됐다. 문재인정부의 친(親)노동 정책 기조가 교섭 타결의 원동력이었던 만큼 다른 공무원 노조와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인사혁신처와 국가공무원노조(국공노)는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행정부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국공노는 지난해 10월 행정부공무원노조와 중앙행정기관공무원노조가 통합한 조직으로 행정부처 6급 이하 공무원을 가입 대상(인사·법무 등 특정 업무 담당자 제외)으로 한다. 조합원은 2만5000여명이다.

노사는 2006년 이후 올해 처음 본격적인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11년 동안 21차례 열렸던 본교섭에선 노사 입장차만 확인했을 뿐 논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평행선을 달렸던 노사관계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대화가 시작되면서 12차례 간사단 실무교섭이 이뤄졌다. 교섭 과정을 지켜본 한 관계자는 “현 정부는 노조를 피하기보다 대화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는 분위기를 강조하고 있다”며 “양보와 타협을 우선하는 분위기가 작용하면서 합의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단체 협약에는 국공노가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던 ‘노조조합원의 정기대의원회 참가를 공가(公暇)로 인정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노조 활동을 적극 보장해준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앞서 국공노는 1년에 한 번 열리는 정기대의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대의원들이 연가를 내야 하는 것이 부당하다며 이를 변경해 달라고 요구해 왔다. 국공노의 요구는 공무원노조법을 개정하지 않더라도 복무규정 일부 수정으로 가능한 내용이었지만 이전 정권에서는 공무원 노조활동 보장을 원칙적으로 반대하면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공무원 근무조건과 복리증진 등을 협의하는 ‘노사상생협의회’를 설치·운영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직종 개편으로 업무가 전환된 공무원이 근무 조건에 차별받지 않는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인사처는 노조가 건의한 자녀 돌봄 휴가나 출산 휴가 개선, 장기재직자 자기계발 교육과정 도입 등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김판석 인사혁신처장은 “이번 행정부 교섭 타결로 협력적 노사관계를 공직사회에 정착시킬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행정부와 노조 간 대화 분위기는 다른 공무원노조로 확산되고 있다. 앞서 10월 27일에는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이 10년 만에 처음으로 정부교섭대표와 교섭 재개 상견례를 했다. 2007년 12월 이후 공노총과 정부 간 교섭은 단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상견례 자리에서 정부 측 관계자는 “진심으로 접근하겠다”며 “의심을 거두고 논의하자”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성과주의(성과연봉제·성과퇴출제) 폐기, 정부조직 개편 시 노조 참여 등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과제들이 많아 신속히 타결될 가능성은 낮지만 정부는 일단 대화 분위기를 만들어 논의한다는 입장이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