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용도 목사 과거 이단 판정 성급… 재연구 통해 명예 회복을”

입력 2017-12-13 00:01
김수천 협성대 교수(오른쪽)가 12일 서울 마포중앙교회에서 열린 ‘이용도 목사의 신학과 영성 재조명 포럼’에서 이 목사를 재조명하는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1933년 장로교 총회에서 신비주의자라는 혐의로 이단으로 몰렸던 이용도(1901∼1933) 목사의 신학이 재조명되고 있다. 당시 한국 기독교의 신학이 미성숙한 상태에서 성급하게 이단 판정을 내린 측면이 있는 만큼 재연구를 통해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전명구 감독회장) 신학정책및이단대책위원회는 12일 서울 마포중앙교회에서 이 목사 신학의 본뜻을 설명하고 이단 시비를 해명하는 포럼을 개최했다.

김수천 협성대 교수는 이 목사의 신비주의적 영성에 대해 재조명했다. 그는 “이 목사는 설교를 통해 진리를 배우는 동시에 기도를 통해 진리를 경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1931년 12월 6일 이 목사가 남긴 편지에는 ‘밥이 없어 괴로움이 아니요, 옷이 없어 괴로움이 아닙니다. 다만 기도가 없는 그것만이 나의 괴로움입니다’라는 대목이 나온다.

이 목사의 영성은 삶의 변화에 대한 강조로 이어진다. 그는 민족개량운동에 뛰어들었던 기독교 사업가들이 신앙 위에서 새로운 삶의 경험을 갖지 못해 실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독교 사업자들이 교육학이나 심리학을 몰라서 그리스도의 사업에 실패하는 게 아니라 신앙의 생명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 목사가 영성과 실천에 대해 강조한 일부 기록들이 예수님과 자신을 동일시 했다는 시비에 걸려 있거나, 일부 이단 종파에서 주장하는 ‘피 가름 교리’에 원인을 제공했다는 오해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이 목사 평전을 쓴 정재헌씨는 원문과 그를 비판한 연구를 비교분석해 이 목사를 변호했다. 민경배 연세대 교수가 쓴 ‘교회와 민족’(연세대학교출판부)에는 이 목사를 가리켜 “그는 고난 받으시는 그리스도의 모습을 자처하고”라는, 비판하는 대목이 등장한다. 정씨는 이 부분에 대해 변종호 목사가 쓴 이 목사의 ‘전기’를 참고한 것으로 설명했다.

전기에는 이 목사가 1927년 서울 협성신학교에서 성탄절 연극을 할 때 예수님의 배역을 맡은 것을 두고 “그리스도의 수난의 광경을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저자가 표현한 대목이 나온다. 전기 작가의 시선이라 실제 이 목사 본인이 자처한 것으로 보기는 무리가 있어 보이는 부분이다.

임성모 감리교신학대 박사는 이 목사의 예수 피 이해와 이단 종파의 피 가름 교리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임 박사는 이 목사가 사용한 ‘피 주사’ ‘혈관적 연락’ 같은 표현은 오늘날 보기에 독특하긴 하지만, 죄인이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로 생명을 얻는다는 대속 교리의 측면에서 문제가 없다고 본다.

그는 “이 목사와 달리 이단 종파에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의 완전성을 거부하고 자신들이 대신 구원을 완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며 “십자가 앞에서 자아를 부정하는 이 목사와는 전혀 다른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글·사진=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