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독 광부·간호사의 딸이 독일 교회 목사로 변신했다. 2개월 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재한독일어권교회(EGDS) 담임목사로 부임한 공미화(39) 목사다. 성도 대부분이 독일인으로 독일어 예배를 드리는 EGDS는 40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최근 용산구 기독교한국루터회 사택에서 공 목사와 그의 아버지 공재수(68) 집사를 함께 만났다.
공 목사 부모는 영화 ‘국제시장’의 등장인물처럼 독일에 광부와 간호사로 파견됐다가 부부가 된 케이스다. 전남 화순이 고향인 아버지 공 집사는 74년 독일에 파견됐다. 2년 뒤 한인 간호사를 만나 결혼, 78년 독일 뒤스부르크에서 공 목사를 낳았다.
한인들에게 교회는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타향살이에 지친 교민들은 서로를 위로했다. 아버지 손을 잡고 교회를 나가던 공 목사는 자연스럽게 신학 공부를 결심했다. 쾰른의 본대학에서 신학을 전공했고 전도사로 2년 반을 지내며 독일 목사고시를 통과했다. 2008년에는 독일 중부지역 최초의 교포 2세 목사가 됐다.
공 목사는 자신을 ‘중간자’로 표현한다. 한국인 부모 교육과 독일 학교의 교육 방식 속에서 사춘기를 보냈다. 목사가 된 뒤에는 목회 현장 대신 직장 경험을 먼저 쌓았다. 전기 회사 등에서 인사 업무를 담당했다.
공 목사는 어느 한 곳에 치우치지 않은 자신의 경험이 낯선 한국 땅에서 힘들어할 독일인에게 완충지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부임 직후 한국 남성과 결혼한 독일 여성 등 한국 사회가 낯선 독일인 여성들을 돕기 위해 모임을 만들었다. 공 목사는 “독일인은 ‘이건 맞고 저건 틀리다’는 의사 표현이 명확한데, 한국인들은 두루뭉술하게 얘기하는 것 같다”며 “이런 작은 차이들이 모여 오해를 일으키고 서로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EGDS는 주로 은퇴한 독일인 목사들이 부임해 왔다. 30대인 공 목사는 EGDS 최초 여성 목사이자 한국인 목사다. 지난해 ‘한국에서 일할 목사를 찾는다’는 공고를 접하고 용기를 내 지원했다. 현재 EGDS엔 50가정 정도가 꾸준히 출석하고 있다.
공 목사는 EGDS를 ‘영적 복지’에 집중하는 교회라고 표현했다. 그는 “독일 루터교회는 하나님의 자비와 은혜를 강조하는 자유로운 신학을 강조한다”며 “누구나 살아가며 고통 받을 수 있는데 이들을 위로하며 자애로운 하나님을 경험케 하는 교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 목사가 느끼는 독일교회와 한국교회의 차이는 뭘까.
“독일교회는 머리 교회이고 한국교회는 마음 교회라고 할까요. 독일교회의 신학 공부와 한국교회의 열정을 반반씩 나누면 좋을 것 같습니다. 나아가 두 교회가 서로 교류하면서 장점을 배워나가면 좋겠습니다.”
글=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
“낯선 땅서 힘들어할 독일인들 완충지대 될 것”
입력 2017-12-13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