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장도 ‘盧靑 출신’이 대세… 줄줄이 대기

입력 2017-12-13 05:03

금융·경제계 중심으로 약진

강원랜드 사장에 문태곤
건보공단 이사장 김용익 유력

현재 공공기관장 61곳 공석
36곳은 올해 말 임기 끝나
추가 발탁 가능성 열려있어


문재인정부 공공기관장 인사에서 노무현 청와대 출신 인사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또 조만간 이뤄질 공공기관장 인사에서도 일부가 유력 후보로 거론돼 노무현 청와대 출신의 중용 사례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우선 금융계와 경제계를 중심으로 참여정부에서 경력을 쌓은 인사들이 새 정부에서 공공기관장에 임명된 사례가 적지 않다. 은성수 수출입은행장은 전북 군산 출신의 정통 재무관료로, 노무현정부에서 청와대 경제보좌관실 선임행정관을 지냈다. 지난 6월 문재인 대통령 미국 방문 당시 금융계 인사로는 유일하게 동행해 주목받았다.

오동호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도 2005년 5월∼2006년 9월 노무현정부 청와대에서 정책실장 보좌관을 지냈다. 당시 정책실장은 변양균 전 기획예산처 장관이었다. 변 전 장관은 문재인정부 경제정책의 큰 밑그림을 그린 인물로 알려져 있다.

노무현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 출신도 주목받고 있다. 지난 10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에 취임한 김조원 전 감사원 사무총장은 2005년 3월∼2006년 12월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으로 일했다. 역시 노무현정부에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낸 문태곤 전 감사원 기획관리실장은 강원랜드 신임 사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된다.

금융 관련 행정기관이나 민간 경제단체에도 노무현 청와대 출신들이 득세하고 있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차관급)은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실 행정관으로 근무했다. 무역협회장에 추대된 김영주 전 산업부 장관도 노무현정부 청와대 경제정책수석비서관을 지냈다.

앞으로 임명 절차가 이뤄질 공공기관장에 참여정부 인사들이 추가 발탁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이 전체 330개 공공기관을 전수조사한 결과 12일 현재 기관장이 공석인 곳은 61개 기관이다. 이 중에는 도로교통공단, 산업인력공단, 한국철도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석유공사 등 덩치가 큰 기관도 많다. 특히 올해 말 기관장 임기가 끝나는 곳도 36곳에 달한다.

조만간 인선작업이 진행될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엔 노무현정부에서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을 지낸 김용익 전 의원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보건의료 분야 공약을 만들면서 문재인케어의 핵심인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를 비롯한 보건의료전달체계 개편 등을 고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기관장에 참여정부 출신 인사들이 잇달아 선임되면서 ‘낙하산 인사’ ‘캠코더(문재인 대선 캠프, 코드 인사, 더불어민주당 출신 인사) 인사’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야당은 “공공기관장 인사 적체 원인은 현 정권 세력의 논공행상이 덜 끝난 데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정부는 공공기관장 인사가 지연된 이유로 조각(組閣) 자체가 늦어졌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정부 조각은 정권 출범 195일 만인 지난달 21일에야 완료됐다.

노용택 신재희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