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수산물 선물가액 10만원으로 조정… 품목별 희비 교차
과일·화훼 농가 소비 기대감
고가 농산물은 매출 타격 울상
외식업계, 최저임금 인상에도
식사비 3만원 고정 볼멘소리
청탁금지법(김영란법)상 선물가액 상한선이 농축수산물에 한해 10만원으로 조정됐지만 일부 농가는 여전히 울상이다. 선물세트 대부분이 10만원을 넘어서는 한우나 인삼은 개정 효과를 거의 보지 못한다. 되레 10만원 미만으로 상품 구성이 가능한 수입산 농축산물이 혜택을 본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으로 가장 큰 수혜를 보는 품목은 과일과 화훼다. 과일의 경우 10만원 미만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95%다. 대표적 명절 선물인 사과와 배는 98.0%가 10만원 미만 제품이다. 화훼도 10만원 미만 제품 비중이 96.3%에 이른다. 주로 축하선물로 쓰이는 난은 5만∼10만원 수준이다. 경조사비를 5만원으로 축소했지만 화훼에 미치는 영향은 적다. 경조사용으로 화환만 제공할 경우 기존처럼 10만원까지 인정해주는 예외조항을 신설했기 때문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입법예고 기간과 국무회의 의결 과정이 남았지만 내년 초에 발효된다”며 “설 명절용 선물을 구매하기 전에 개정 시행령이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우 등 일부 고가 농축산물은 ‘개정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한우 제품 가운데 10만원 미만 비중은 7.0%에 불과하다. 인삼(가공품 포함)도 27.2%에 그친다.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은 1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갈비 한 짝을 통째로 선물하는 시대는 갔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수입산 농축산물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 수입 쇠고기는 이미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약진하고 있다. 전국한우협회에 따르면 수입 쇠고기의 시장점유율은 법 시행 이전인 2015년 54.0%에서 지난해 62.3%로 뛰었다. 시장에선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수입 쇠고기가 점유율을 더 늘릴 것으로 본다.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판매하는 호주산 갈비세트(3.2㎏) 가격은 7만∼8만원이다. 한우협회 관계자는 “청탁금지법이 한우 농가에 직접적 타격을 입히고 수입 쇠고기에 날개를 달아줬다”고 말했다.
가공식품 시장에서도 혼선이 불가피해 보인다. 국민권익위원회는 ‘농축수산물 원재료 비중이 50% 이상인 가공식품’에 한해 선물가액 상한선을 10만원으로 올렸다. 비중이 49.9%라면 5만원 상한선을 적용하는 것이다. 이를 두고 식품업계나 농민단체 등은 시장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결과라고 꼬집는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소비자가 가공식품을 구매해 선물로 주려고 할 때 농축수산물 원재료 비중을 어떤 제품이 법 위반인지, 아닌지를 따져보기 쉽지 않다”며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다 외식업계에선 볼멘소리가 나온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증가가 예고된 상황에서 식사비 3만원 상한선이 그대로 유지된 탓에 경영난만 가중된다고 하소연한다. 정부가 최저임금을 2020년 1만원까지 올릴 계획이기 때문에 인건비 부담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외식업계의 피해를 해소하는 차원에서 별도 지원대책을 마련해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한우·인삼 ‘10만원 효과’ 미미… 수입산 반사이익 우려
입력 2017-12-13 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