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협력사 “조업 없인 못 버텨… 파업 멈춰 달라”

입력 2017-12-11 19:34 수정 2017-12-11 21:24
현대·기아자동차 협력사 협의회가 11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현대차 노조의 파업 장기화를 우려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파업 중단과 성실한 교섭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현대자동차 노조의 파업 중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안팎에서 높아지고 있다. 현대차의 매출 감소와 생산 차질에도 불구하고 파업이 장기화될 조짐이 나타나자 현대차에 납품하는 현대·기아차 협력사 협의회도 노조에 파업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현대·기아차협의회 측은 11일 울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의 파업 중단과 성실한 노사 교섭을 촉구했다. 협의회는 “현대차 파업으로 협력사들의 경영에 차질이 생기고, 파업이 장기화하면 존립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며 “모기업 노조가 일손을 놓으면 부품 협력사들이 받는 충격은 상상 이상”이라고 강조했다. 협의회는 현대·기아차의 330여개 협력사 모임이다.

협의회가 나선 것은 현대차 노조가 이날부터 15일까지 연속 부분파업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부분파업은 매일 조별로 3∼4시간씩 교대로 파업을 하는 방식이다. 무노동·무임금 적용으로 임금이 깎이는 것을 최소화하면서도 생산 차질을 주는 ‘시간차 파업’이다.

협의회 측은 “매일 3∼4시간의 예고된 파업이 강행될 경우 2, 3차 협력사를 포함해 경영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며 “석 달 이상 조업을 안 하면 버텨낼 업체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여러분보다 더 힘든 여건에서도 열심히 살아가는 노동자가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서라도 파업이라는 극단적 방법은 중단해 달라”고 호소했다. 파업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이날 현대차 주가는 5% 이상 급락했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는데도 현대차 노사는 임금단체협약을 두고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노조는 임금 15만4883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당기순이익 300%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이날 노보에서도 “추가 제시 없이 조합원들을 기만하는 사측의 기존 제시안은 이유 불문하고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반면 사측은 기본급 호봉승급분(4만2879원) 수준 인상, 성과급 250% 지급, 단체 개인연금 5000원 인상 등을 제시한 상태다.

현대차 노조가 파업하면 협력사는 부품을 제대로 납품하기 어렵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은 지난해 현대차 노조의 24차례 파업으로 1차 부품 공급 협력업체들은 총 1조4000억원가량의 매출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했다.

해외 연구에서도 현대차의 노사협력지수는 세계 최저 수준으로 나타났다. 영국의 국제무역부는 2014∼201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의 자료를 토대로 ‘국가별 자동차산업 국제 경쟁력 비교’를 만들었다. 한국은 노사 협력, 노동 유연성, 시간당 임금, 시간당 보수비, 근로시간당 생산성, 1인당 생산성 등 6가지 세부 평가 항목으로 구성된 노동경쟁력에서 25개국 중 24위였다. 남아프리카공화국(25위)과 함께 최하위 수준이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