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용어에 위인들 대거 빠지자
우익 세력 “기준이 뭐냐” 격분
위안부·난징대학살 등은 포함
일본 대학 교수와 고등학교 교사들의 연구모임이 고교 교과서와 대학입시에서 외워야 할 역사 용어를 제시한 것에 일본 우익 세력이 격분하고 있다. 사카모토 료마를 비롯한 ‘위인’들이 대거 빠지고 ‘종군위안부’ ‘난징대학살’ 같은 외면하고 싶은 대상이 포함돼서다. 극우 성향의 산케이신문은 “그렇게 해서 학생들이 역사를 바르고 즐겁게 배울 수 있겠는가”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고교와 대학 교원 400명으로 구성된 ‘고다이제휴 역사교육연구회’는 최근 고교 역사 용어 1차 정선(精選)안을 발표했다. 각각 3500개가 넘는 일본사와 세계사 용어를 1600여개씩으로 대폭 줄인 안이다. 의견 수렴을 거쳐 연내 확정되는 최종안은 교과서 출판사와 입시 관계자에게 제안돼 일정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1차 목록에 위안부와 난징대학살이 들어갔다. 연구회 회장인 유이 다이자부로 도쿄대 명예교수는 “시대의 큰 흐름에 주목한 개념 용어를 명확히 하고 그 설명에 필요한 사실 용어를 포함시켰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지 극우 언론은 “일본군이 강제 연행한 것으로 오해받는 위안부와 중국의 선전일 뿐 사실이 아닌 난징대학살이 들어갔다”고 비난했다.
메이지유신의 주역인 료마(1835∼1867)와 요시다 쇼인(1830∼1859), 전국시대 무장 다케다 신겐(1521∼1573) 등 사극의 영웅들이 탈락한 것도 논란이다. 요시다는 정한론(征韓論)과 대동아공영론을 주창해 일본 제국주의 팽창에 일조한 인물이다. 연구회는 이들 인명이 초·중학교 때부터 친숙하니 고교에서 굳이 강조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우익 세력은 “이들을 제외한 기준이 뭐냐”고 반발하고 있다. 오자키 마사나오 고치현 지사는 “료마는 역사상 역할이 매우 크니 꼭 용어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천황제 이데올로기가 강화되면서 위대한 왕족으로 부각된 쇼토쿠 태자(574∼622)의 호칭도 논쟁거리다. 연구회 목록에는 ‘우마야도 왕’으로 표기됐다. 후대에 신격화되면서 붙여진 이름 대신 당대의 호칭을 쓴 것이다. 일각에선 “쇼토쿠 태자를 말살하는 것”이라며 분노했다.
시데하라 기주로(1872∼1951) 전 총리가 목록에 들어간 것도 도마 위에 올랐다. 패전 직후 총리가 된 시데하라는 헌법에 ‘전쟁 금지’ 조항을 넣자고 더글러스 맥아더 연합국총사령부(GHQ) 사령관에게 먼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현행 헌법은 점령군이 강요한 것”이라는 우파의 주장을 허무는 증거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日 열도 역사논쟁 가열
입력 2017-12-11 18:43 수정 2017-12-11 2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