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1000m서 세계新
고다이라, 평창 2관왕 성큼
日, 빙상강국 네덜란드 손잡고
훈련 시스템 개조· 체력 강화
‘소치 치욕’ 딛고 제2 전성기
1분12초09. 11일(한국시간)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유타 올림픽 오벌에서 열린 2017-2018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4차 대회 여자 1000m 디비전A(1부 리그) 레이스가 끝난 뒤 전광판에 새겨진 숫자다. 세계신기록이었다. 주인공은 일본의 ‘성난 고양이’ 고다이라 나오(31)였다. 2위 역시 일본 선수인 다카기 미호(23)였다. 일본 여자 스피드스케이팅대표팀은 강훈련과 일본빙상연맹의 과감한 지원으로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맹위를 떨칠 기세다.
고다이라의 이날 기록은 브리태니 보위(미국)가 2015년 11월 같은 경기장에서 작성한 여자 1000m 세계기록(1분12초18)을 0.09초 앞당겼다. 특히 고다이라는 이번 시즌 1∼4차 월드컵에서 7차례 500m 레이스를 펼쳐 모두 금메달을 차지했으며, 5차례의 1000m 레이스에서도 4번이나 정상에 올랐다.
고다이라는 월드컵 4차 대회까지 마친 현재 500m 월드컵 랭킹에서 랭킹 포인트 700점을 획득, 이상화(510점)를 따돌리고 1위를 달리고 있다. 또 1000m 월드컵 랭킹에서도 랭킹 포인트 305점으로 일본 대표팀 동료인 다카기(240점)를 제치고 1위 자리를 지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2관왕 전망을 밝게 했다.
고다이라는 소치 동계올림픽 이후 스케이팅 강국인 네덜란드로 자비 유학을 떠난 이후 기량이 일취월장했다. 머리와 허리를 낮추고 달렸던 고다이라가 마리안네 팀머 코치로부터 자세를 교정받고 스피드를 끌어올렸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일본 여자 스피드스케이팅은 과거 강호로 군림했다가 2000년대 들어 경기 불황의 여파로 각종 지원이 끊기면서 침체기를 맞았다. 그러다가 최근 경기가 살아나며 선수들에 대한 후원이 늘고, 일본 체육계가 엘리트 스포츠를 적극 육성하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또 강력한 체력훈련을 실시하고 선진 기법을 적극 받아들이며 기술적 완성도를 높이는데 성공했다.
제갈성렬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1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일본 여자 대표선수들은 최근 체력 훈련을 크게 강화했다”며 “고다이라의 경우 비시즌에 사이클을 하루에 150㎞씩 타는 등 남자 선수들과 비슷한 강도의 훈련을 소화했다. 이 때문에 폭발적인 스피드와 지구력으로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대표팀이 네덜란드 코치들을 영입한 것도 큰 도움이 됐다. 제갈 위원은 “일본빙상연맹은 2015-2016 시즌부터 단거리와 장거리에서 네덜란드 코치를 영입해 훈련 시스템을 전적으로 위임했다”고 설명했다.
일본 여자 대표팀은 4차 월드컵에서 펼쳐진 두 차례 500m 레이스에서 금메달 2개와 동메달 2개를 딴 것을 비롯해 1500m와 팀추월에서 금메달, 1000m에서 금, 은메달을 획득했다. 아직까지 올림픽에서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금메달을 걸어보지 못한 일본은 최근의 상승세를 통해 평창에서 한을 풀겠다는 각오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승승장구’ 고다이라… 일본 女빙속, 변방서 급성장 비결은
입력 2017-12-12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