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실리콘밸리’ 육성 위해 판 키운다

입력 2017-12-11 18:19



정부 ‘판교 제2테크노밸리’ 2022년까지 구축

창업공간 1200개로 확대
1인 창업자용 오픈카페
스마트워크센터도 조성
거점도로 연결 교통 활성화

인근 지역 부동산값 들썩
교통지옥 우려 목소리도


정부가 경기도 판교를 ‘한국형 실리콘밸리’로 육성하기 위해 판을 키우기로 했다. 1200개 기업의 창업공간이 들어설 판교 제2테크노밸리를 2022년까지 구축하기 위해 공유형 오피스와 주거공간을 조성하고 교통 활성화를 위한 거점도로를 연결한다. 이미 경기도는 제3테크노밸리 조성을 위해 판교밸리 인근 지역의 그린벨트를 풀겠다고 했다.

그러나 판교 테크노밸리 육성 기대감에 인근 지역의 부동산값이 들썩이고 있고 교통지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11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제2테크노밸리(판교 2밸리) 기업지원허브에서 확대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관계부처 합동으로 혁신·창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판교 제2테크노밸리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우선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 색깔을 빼기 위해 ‘판교창조경제밸리’의 명칭을 ‘판교 제2테크노밸리’로 바꿨다.

또 창업자들이 임대료를 걱정하지 않고 이용할 수 있도록 창업자용 공간도 기존 4개동 500개사에서 9개동 1200개사 규모로 늘린다. 선도 벤처기업이 연면적의 30%를 창업기업 200개사에 무상 임대공간으로 제공하는 벤처타운도 조성된다.

사업성 있는 창업 아이디어만 있으면 기술에서 금융컨설팅, 해외진출까지 일괄 지원하는 창업지원 프로그램도 판교 2밸리에 구축한다. 1인 창업자용 오픈카페와 스마트워크센터도 1300석 규모로 조성된다. 벤처타운에선 선도 벤처기업들이 후배기업들에 컨설팅을 통한 사업노하우를 전수하는 시스템도 도입된다.

이와 함께 혁신인재를 판교로 영입하기 위해 주거여건도 개선한다. 국토교통부는 경부고속도로에서 버스 하차 후 판교 2밸리 내 개별시설로 이동하기 쉽도록 광역버스 환승정류장(Ex-Hub)을 만들기로 했다. 기존 판교 테크노밸리(1밸리)와 안양∼성남 간 고속도로 등 주변거점을 연결하는 도로도 신설한다. 판교역과 판교 2밸리를 연결하는 버스노선도 만든다.

판교 2밸리 인근엔 창업지원주택 500가구와 소형 오피스텔 800가구, 317실의 호텔도 세운다.

스마트시티와 자율주행차 기술을 구현할 수 있는 환경도 만든다. 실거주지역으로는 최초로 판교역부터 판교 2밸리까지 5.5㎞를 오가는 자율주행 셔틀버스 2대를 내년 초까지 시범운행하고 내년 말부터 상업용 운행에 들어갈 계획이다.

최근 경기도는 정부의 주거복지로드맵 발표 직후 ‘제3판교테크노밸리’ 개발 예정지를 발표했다. 개발예정지에 들어간 경기도 성남시 금토동은 국토부가 주거 안정을 위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해제하고 공공택지를 개발하겠다고 발표한 곳이다.

정부가 판교밸리 육성에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부작용의 조짐도 보이고 있다. 이미 금토동을 비롯한 판교밸리 인근 땅값이 들썩이고 있다.

강남과 판교 간 교통지옥을 해소하기엔 교통 개선책이 미진하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이 지역은 주민은 물론 직장인들까지 출퇴근 때마다 ‘지옥철’과 ‘만원 버스’로 전쟁을 치르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타당성 조사 결과에 따라 신분당선역을 신설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중앙대 이용규 교수는 “판교밸리의 규모와 종사자 등의 확장추세, 3밸리 사업과 인근 금토동·고등동 지역의 택지공급·주택건설 수요 등을 고려해 정책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