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시티, 맨유 꺾고 시즌 14연승
맨시티, 라커룸서 연승 기록 자축
맨유 무리뉴 감독, 항의하다 설전
맨시티 선수에 물·우유 세례 봉변
두 감독, 오래전부터 앙숙 관계
기자회견 등서 잦은 신경전 벌여
1990년대 중반 바르셀로나에서 코치와 선수로서 한솥밥을 먹던 조세 무리뉴 맨체스터 유니이티드(맨유) 감독과 펩 과르디올라 맨체스터 시티(맨시티) 감독.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에서 시작된 둘의 라이벌전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무대로 옮겨왔다. 그라운드에서의 축구 대결을 넘어 신경전과 물리적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과르디올라가 지휘하는 맨시티는 11일(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의 올드 트래포드 구장에서 열린 2017-2018 EPL 16라운드 맨유와의 경기에서 2대 1 승리를 거뒀다. 이날 승리로 맨시티는 14연승에 성공하면서 EPL 단일 시즌 최다 연승 신기록을 세웠다.
문제는 이후에 발생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미러 등 현지 언론은 “‘맨체스터 더비’를 마친 후 라커룸에서 맨유와 맨시티 선수단 간 충돌이 있었다. 무리뉴 감독이 맨시티 라커룸에서 항의하면서 충돌이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맨시티 선수들은 이날 경기 승리로 EPL 단일시즌 최다승인 14연승 신기록을 세운 뒤 라커룸에서 자축 세리머니를 펼쳤다. 음악을 틀고 격하게 기쁨을 나눴다. 그러자 무리뉴 감독이 발끈했다. 무리뉴 감독은 맨시티 라커룸을 찾아 “존경심을 가져달라”고 항의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맨시티의 브라질 출신 골키퍼 에데르손과 포르투갈어로 욕설을 주고받으면서 충돌이 확산됐다. 양 팀 관계자 20여명이 뒤엉켜 몸싸움을 벌였다. 무리뉴 감독은 물과 우유를 뒤집어 쓴 것으로 알려졌으나 일부 언론은 사실이 아니라고 보도했다. 싸움은 경찰의 개입 이후에야 막을 내렸다.
일각에서는 무리뉴 감독이 다른 사람도 아닌 라이벌 과르디올라 감독이 이끄는 팀에 홈에서 패하고 기록경신도 안긴데 따른 불편한 심기로 이런 충돌을 야기했다고 보고 있다. 실제 무리뉴 감독은 과르디올라에 대한 끊임없는 견제와 신경전으로 화제가 돼 왔다. 90년대 중반 바르셀로나에서 동고동락한 이들은 2008년 과르디올라가 바르셀로나 감독으로 부임하고 2010년 무리뉴가 레알 마드리드의 지휘봉을 잡으면서 본격적인 앙숙관계로 자리잡는다.
2011년 4월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4강에서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간 경기를 앞두고 무리뉴 감독은 “과르디올라는 감독의 새 지평을 열었다. 올바른 판정에 대해서도 불평한다”고 비꼬았다. 앞서 스페인 국왕컵 결승에서 심판 판정에 대해 불만을 표한 과르디올라 감독의 언행을 꼬집은 것이다. 이에 과르디올라 감독은 무리뉴 감독을 향해 “기자회견장에서는 무리뉴가 빌어먹을 제왕이다. 나는 경기로 답하겠다”고 응수했다.
직접적 충돌도 있었다. 2011년 8월 무리뉴 감독은 수페르코파 데 에스파냐(스페인 슈퍼컵) 2차전에서 바르셀로나 티토 빌라노바 코치의 눈을 찔렀다. 경기 도중 발생한 양 팀 선수들의 충돌 과정에서 무리뉴 감독은 비신사적 행동을 했고 스페인축구협회로부터 징계를 받았다. 축구 전문가들은 “스페셜 원이라고 자부하는 무리뉴가 펩의 등장 이후 상대전적에서 처지곤 하자 경기 외적인 면에서 충돌을 일으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무리뉴와 과르디올라의 라이벌 행진은 2012년 과르디올라가 바르셀로나를 떠나면서 잠시 휴식기를 가졌다. 그러나 2016-2017 시즌 과르디올라가 EPL에 데뷔한 뒤 경기보다 뜨거운 장외 설전이 재개됐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
‘맨 인 블랙’… 맨체스터 더비 ‘뒤끝 충돌’
입력 2017-12-12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