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北, 美선제공격보다 남한 향하는 민심 더 두려워해”

입력 2017-12-11 18:02 수정 2017-12-11 21:34

“북한의 민주화도
北 주민들 투쟁으로 이뤄내야
자유·민주주의 가치·경제력
북핵·미사일 맞설 비대칭 무기”

위성TV 셋톱박스 보내기 주장

태영호(사진) 전 영국 주재 북한공사는 “김정은 체제가 두려워하는 것은 미국의 선제공격이 아니라 한국으로 쏠리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민심과 의식 변화”라고 말했다. 북한 주민에게 인권과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적극 전파해 체제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태 전 공사는 국회인권포럼·아시아인권의원연맹이 선정하는 ‘올해의 인권상’을 수상했다. 그는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한국의 경제 성장과 민주화가 민중의 힘으로 이뤄진 것처럼 북한의 민주화도 북한 주민들의 투쟁으로 이뤄내야 한다”고 했다.

태 전 공사는 특히 “김정은에게 핵과 미사일이라는 비대칭 무기가 있다면 우리에게는 자유와 민주주의 가치, 경제력이라는 비대칭 무기가 있다”며 “이제는 각종 수단을 동원해 북한 주민들에게 한국의 자랑스러운 민주화 투쟁 역사와 경제적 성과, 인간의 고유한 권리를 알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까지 밀수로 들어온 USB(이동식 저장장치)를 통해 한국 영화와 드라마를 본 북한 주민들이 이제는 한국 TV를 볼 수 있게 위성TV 셋톱박스를 북한으로 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귀순한 북한 병사를 언급한 뒤 “수십 발의 총탄이 빗발치는 속에서 자유를 찾아 질주해온 병사가 의식을 회복하자마자 물이나 음식 대신 한국 노래와 TV를 켜 달라고 했다. 북한 체제로부터 마음이 떠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유로운 의사 표시를 금지하는 공산주의 체제는 주민의 분노와 좌절감이 어느 지경인지 사전에 파악할 수 없다”며 “주민들이 분노와 좌절감을 폭발시키는 순간 공산체제는 붕괴됐다는 게 유럽 역사가 보여준 진리”라고 강조했다. 그는 시상식 직후 기자들과 만나 “북한 병사의 참상을 통해 현재 휴전선 일대 북한군의 열악한 상황이 낱낱이 드러났다. 통일의 날이 멀지 않았다고 다시 확신하게 됐다”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정치권을 향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그는 “북한 주민들을 노예의 처지에서 해방하자면 북한 인권 문제를 대할 때 나에게 유리한지, 불리한지를 따지는 정치 정서에서 대담하게 탈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가족과 함께 한국으로 망명한 태 전 공사는 한국으로 온 북한 외교관 중 최고위급 인사다. 최근에는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에서 자문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