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섬’ 위안부 26명 사실이었다

입력 2017-12-11 18:12 수정 2017-12-11 21:10
서울시와 서울대인권센터 정진성교수팀이 11일 트럭섬에 강제 동원됐던 위안부 할머니들의 사료를 공개했다. 연합군이 찍은 흑백 사진 속 가운데 고개 숙인 여성은 정부 공식 위안부 피해자 중 트럭섬으로 끌려갔다고 밝힌 고(故) 이복순 할머니로 추정된다. 서울시 제공
고(故) 이복순 할머니
서울시·서울대 정진성 교수팀
남태평양 강제동원 사료 보고회
이복순 할머니 등 ‘증언 그대로’


일본군이 남태평양 트럭섬에도 조선인 위안부를 강제 동원했다는 사실이 사료를 통해 공식 확인됐다.

서울시와 서울대인권센터 정진성교수연구팀(이하 서울대 연구팀)은 11일 서울시청에서 ‘서울시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관리사업’ 최종보고회를 열고 증언으로만 있었던 트럭섬 조선인 위안부가 실제 존재했다는 것을 최초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트럭섬은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 해군함대 주요 기지로 많은 일본군이 주둔했던 곳이다. 정확한 명칭은 ‘축(Chuuk)’이지만 일본인들이 ‘트루쿠 제도’라고 불렀고 한국에서는 일반적으로 ‘트럭’이라는 호칭이 쓰였다.

서울시와 서울대 연구팀은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에 보관돼 있는 자료를 발굴해 조사·분석했다. 그 결과 미군이 작성한 전투일자와 귀환 당시 사진, 뉴욕타임스 신문 기사 등을 찾아냈다.

트럭섬에서 귀환할 당시 일본 배 이키노호에 탑승한 승선명부도 공개됐다. 이 명단에는 조선인 여성 26명과 아이 3명의 이름, 직업, 조직, 주소가 기재돼 있다. 특히 서울대 연구팀은 이 명부 중 대구에 주소지를 둔 ‘히토가와 후쿠준’이 고(故) 이복순 할머니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추적에 들어갔다. 이 할머니는 정부 공식 위안부 피해자인 239명 중 트럭섬으로 끌려갔다고 밝힌 유일한 증언자다.

연구팀은 히토가와 후쿠준이 이 할머니 창씨명이 맞는지 여부와 주소지가 예전 집이 맞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경북 안동·대구 제적등본, 이 할머니 남편 호적 등을 추적했고 동일인물임을 확인했다.

위안부였던 과거를 밝히기 두려워 피해신고를 하지 않고 살아오다 2001년 2월 한국정신대연구소에서 위안부였던 사실을 고백한 고(故) 하복향 할머니의 기록도 발견됐다. 하 할머니는 연구소를 찾은 뒤 열흘도 지나지 않아 숨을 거둬 위안부 피해자로 등록도 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연구팀은 하 할머니의 포로 심문카드를 발견해 열 손가락 지문을 경찰청으로부터 대조한 뒤 동일 인물임을 확인해냈다. 이는 본인 증언이 아닌 사료를 통해 피해 사실을 증명한 최초 사례다.

글=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