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36·서울 삼성)은 프로농구(KBL) 현역 토종선수 중에서 손에 꼽히는 전천후 포워드다. 어시스트와 리딩 능력이 필요한 포인트가드부터 힘과 높이를 요구하는 파워포워드 포지션까지 무리 없이 소화한다. 흔히 말하는 ‘만능’ 선수다.
지난 시즌을 마친 뒤 자유계약선수(FA)가 된 김동욱은 5년 6개월 만에 친정팀 삼성에 복귀했다. 계약기간 3년에 총액은 6억3000만원(리그 4위)이었다. 기량이 여전히 출중하지만 30대 후반에 접어든 노장에게 너무 큰 투자를 한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
프로에서 12번째 시즌을 맞은 김동욱은 삼성 이적 후 펄펄 날며 베테랑의 진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 시즌 주전 선수로 뛰다 군입대한 슈터 임동섭과 빅맨 김준일의 빈자리는 물론, 은퇴한 가드 주희정의 공백마저 메우고 있다.
11일 현재 경기당 평균 어시스트는 4.4개(리그 7위)로 삼성 선수 중 가장 많으며 데뷔 후 가장 높은 수치다. 3점슛 2.6개(1위), 3점슛 성공률 49.5%(2위)의 폭발적인 외곽포까지 뽐내고 있다. 득점은 11.4점(국내 9위)으로 한 자릿수였던 고양 오리온에서의 지난 5시즌 기록을 웃돈다. 고액 연봉이 전혀 아깝지 않은 활약이다.
김동욱은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친정팀이라 적응 기간이 짧았다. 감독님이 믿고 맡겨주셔서 큰 부담도 없었다”며 “리카르도 라틀리프를 비롯한 동료들이 잘 뛰어주고 어려운 패스도 잘 잡아줘서 기록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김동욱은 주축 라틀리프와 찰떡호흡도 보여주고 있다. 라틀리프는 최근 치골 건염 부상으로 3주간 자리를 비우게 됐다. 그러나 지난 2라운드 9경기에서 26.4점(1위) 17.4리바운드(1위)를 기록하며 라운드 최우수선수(MVP)에 뽑혔다. 김동욱의 조력 속에 일군 활약이었다.
김동욱은 “나도 라틀리프에게 도움을 많이 받는다. 리바운드를 잘 잡아주니까 3점슛을 마음 편하게 쏜다”며 흐뭇해했다.
삼성은 김동욱과 라틀리프의 활약 덕분에 2라운드 6승 3패를 거뒀다. 지난 시즌 활약한 몇몇 선수들이 빠져나가면서 고전할 것이라던 예상을 어느 정도 지워냈다. 시즌 10승 10패로 5할 승률을 맞춘 삼성은 아직 초반이지만 6위로 플레이오프(6개팀 참가) 선상에 놓여있다. 4위 인천 전자랜드(12승 9패)와는 1.5경기 차에 불과 언제든 상위권으로 치고 나갈 수 있는 위치다.
김동욱의 회춘 비결은 뭘까. 그는 “큰 부상이 없었던 게 꾸준함의 원동력인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사실 외국인 선수가 1명만 출전하는 1, 4쿼터에 상대 빅맨들을 수비하는 건 조금 힘에 부친다”며 껄껄 웃었다.
김동욱은 올 시즌 삼성의 플레이오프 진출을 희망했다. “친정팀에서 주역으로 뛰며 우승 반지를 끼고 싶어요. 플레이오프 단기전 결과는 아무도 모릅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삼성 “외곽포·어시스트·리딩… 김동욱 연봉 아깝지 않아”
입력 2017-12-12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