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논문 끼워넣기’ 전수조사… 교수사회 ‘자녀 스펙관리’ 적폐 걷어낸다

입력 2017-12-11 05:01
논문에 자녀를 끼워넣는 교수들의 행태를 밝힌 국민일보 보도와 관련, 교육부가 10일 오후 전국 대학에 발송한 공문. 각 대학 제공

교육부 ‘미성년 자녀 논문 공저자 등록’ 실태파악 왜

국민일보 보도 후 전격 조사 착수
부정행태 적발… 제도개선 나서

동료 교수가 연구윤리 평가 등
대학에 자체조사 맡겨 한계
조사대상에 직계비속만 포함
친척·친구 자녀 등록은 제외


교육부는 교수 자녀들의 논문 공저자 등록 행태에 ‘연구윤리 부정’과 ‘대입 공정성 훼손’이라는 두 가지 문제가 복합돼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국민일보 보도를 통해 교수가 본인이나 친구의 자녀를 논문 공저자로 등록한 사례가 19건 확인됐고 일부는 이를 대학 진학에 활용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정부가 10일 전격적으로 전체 대학에 전수조사를 지시한 것은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교육부는 교수 자녀들의 논문 실적이 대학 입시에서 중요한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에 주목한다. 입시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미 연구 실적이 학생부종합전형에서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자기소개서와 생활기록부 등을 통해 연구 활동을 우회적으로 언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 역시 과학공학인재전형 등 교과특기자전형에서 논문 실적이 입시 평가전형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고 봤다.

교육부가 연구부정 여부와 상관없이 자녀들의 논문 공저자 등록 행태 전반을 조사하라는 공문을 보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교육부는 각 대학에 전수조사를 지시하면서 ‘자료 제출에 만전을 기하라’는 채근 문구까지 포함시켰다. 연구윤리나 대입 부정이 확인될 경우엔 즉각 제재 조치에 나서기로 했다.

특히 연구윤리 관련 규정을 더 엄격히 만드는 제도 개선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교육부는 자녀 등 친족을 저자로 등록할 경우 신고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제의학학술지편집자위원회(ICMJE) 지침을 참조해 저자 자격 기준을 강화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ICMJE의 경우 연구의 기획, 자료 획득·분석·해석 등에 상당 부분 기여하고, 원고 초안 작성과 수정에 참여하며, 원고를 최종 승인하는 등의 조건을 모두 만족한 사람만 저자로 등록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교수 자녀들이 방학기간 연구실에서 행했던 ‘단순 데이터 작업’ 등은 논문에 기여한 것으로 볼 수 없다.

그러나 연구 부정에 대한 판단을 대학에 맡길 경우 제대로 된 제재가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그동안 교수사회에서는 논문 기여도에 대한 분명한 규정이 없어 품앗이처럼 ‘저자 끼워넣기’가 관행처럼 유지돼 왔다는 지적이 있었다. 작은 기여만 해도 저자로 올려줬던 행태로 볼 때 자녀가 연구에 필요한 초보 업무라도 했을 경우 징계나 제재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이번 조사에서 연구 부정 여부에 대한 평가도 동료 교수들이 담당한다.

실제 논문 43편에 아들 이름을 올렸던 서울대 교수(국민일보 11월 21일자 13면 참조)도 징계 조치는 받지 않았고 사직서만 수리됐다.

교육부가 끼워넣기 대상을 교수의 자녀 등 직계비속으로 한정한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친인척이나 동료, 친구 등을 통한 우회 등록이 조사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번 조사의 경우 그런 한계는 있지만 앞으로는 친인척이 아니더라도 미성년 저자는 소속을 명확히 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상시적으로 실태를 지켜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jay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