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비트코인 전면 금지” 내비치자 40% 우수수

입력 2017-12-11 15:29

정부가 가상화폐에 고강도 규제를 예고하면서 비트코인 등 가격이 폭락했다. 비트코인 1개 가격이 이틀 만에 약 40% 떨어졌다.

비트코인을 꼭지에 산 투자자는 피해가 불가피하게 됐다. 하지만 외신까지 우려하는 국내 가상화폐 투자 열기가 쉽게 가라앉을지 미지수다. 정부가 국내 투자 광풍을 사전에 완화시킬 시간이 있었는데 뒷짐만 지고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서 비트코인 1개 가격은 지난 8일 오전 10시 2481만6000원에서 10일 오후 2시30분 1495만5000원까지 추락했다. 오후 8시 낙폭을 줄였지만 1600만원 부근에 머물렀다. 정부는 이번 주 관계부처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어 가상화폐 규제 방안을 논의한다. 법무부 관계자는 “어떻게 하면 광풍을 잠재울 수 있을지 검토 중”이라며 “거래 제한을 포함해 전면 금지도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규제 움직임은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달 28일 가상화폐 투기에 적극 대응을 당부하면서 본격화됐다. 24시간 거래 가능한 가상화폐가 이상 급등 현상을 보이며 사실상 전 국민을 상대로 한 ‘도박판’처럼 변질됐다는 게 정부 시각이다. 주요 외신들도 한국을 가상화폐의 ‘그라운드 제로(핵폭탄 폭발 지점)’라고 지칭하며 우려하고 있다. 하루 종일 비트코인 시세창만 들여다보는 사람들을 뜻하는 ‘비트코인 좀비’라는 신조어도 나왔다.

정부의 대응이 늦었다는 비판도 있다. 정부의 가상화폐 관련 TF는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등을 중심으로 지난해 11월 처음 꾸려졌다. 하지만 아직까지 가상화폐 거래를 정확하게 어떻게 규정할지도 정리하지 못했다. 금융 당국은 “가상화폐는 금융상품으로 볼 수 없고, 투자 피해는 개인 책임”이라는 입장을 되풀이해 왔다. 가상화폐 규제가 오히려 공신력을 인정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딜레마가 깔려 있다.

가상화폐 가격은 이를 비웃듯 계속 폭등했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의 해킹, 접속 지연 사태 등이 발생하는데도 금융 당국은 규제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만 유지했다. 지난 9월 관계부처 TF가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 방안 등을 발표했지만 이상 급등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지난 9월까지 정부의 공식 TF 회의는 세 차례만 열렸다. 지난 4일 TF 회의에서도 주무 부처가 금융위에서 법무부로 바뀐 것 말고는 구체적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TF에 참여해온 한 정부 관계자는 “TF가 지난해부터 진행됐는데 이렇게 사태가 번져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비트코인은 자산적 성격 때문에 급격한 가격 변동의 문제가 생길 수 있었다”며 “가격 급변동 전에 규제하면 좋았겠지만 지금이라도 일정 수준의 규제 도입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갑자기 전면 금지 등 고강도 규제가 발표될 경우 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가상화폐 가격은 한국에서만 결정되는 게 아니고 각국 거래소에서 24시간 거래된다”며 “한국에서만 규제하면 한국 시장만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