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밭 소년’ 스노보드 金밭 달린다

입력 2017-12-11 05:00
‘배추밭 소년’ 이상호(가운데)가 10일(한국시간) 독일 호흐퓌겐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유로파컵 스노보드 평행대회전(PGS) 1차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후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대한스키협회 제공
‘배추밭 소년’ 이상호(22·세계랭킹 5위)가 한국 동계스포츠의 역사를 새로 쓸 채비를 하고 있다. 이상호가 시즌 첫 국제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설상 종목 최초의 올림픽 메달 획득 전망을 밝혔다.

이상호는 10일(한국시간) 독일 호흐퓌겐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유로파컵 스노보드 평행대회전(PGS) 1차 대회에서 1위에 올랐다. 유로파컵은 월드컵보다 한 단계 아래의 대회지만 이번 대회엔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대거 출전했다.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제시 제이 안데르손(캐나다), 2014 소치동계올림픽 스노보드 2관왕 빅 와일드(러시아) 등이 뛰었다.

흔들리지 않는 라이딩을 펼치며 이상호는 우승을 거머쥐었다. 지난여름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그는 상·하체 근력을 키우기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탄탄한 근력에서 나오는 힘으로 라이딩이 더욱 정확해졌다.

우승 직후 인터뷰에서 이상호는 “시즌 첫 경기에서 우승을 해 기쁘다. 비시즌 동안 연습이 잘 됐고 장비에 대한 적응도 완벽히 끝낸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컨디션 관리에 매진, 평창에서도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상호는 스노보드를 처음 접한 곳이 고랭지 배추밭을 개량한 눈썰매장이어서 ‘배추밭 소년’으로 알려져 있다. 설상 종목 불모지나 다름없던 국내의 열악한 환경을 딛고 이상호는 메달 기대주로 거듭났다. 철저한 자기관리와 연습벌레로 유명한 이상호는 국제대회에 꾸준히 출전하면서 경험을 쌓고, 슬로프에 최적화된 장비도 갖추면서 성과를 내고 있다. 이상호는 지난 2월 2017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에선 2관왕에 오르는 등 한국 스노보드 역대 첫 금메달을 따내며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한 희망을 키웠다.

대한스키협회 스노보드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영남 송호대학교 스포츠레저과 교수는 “이상호는 기술적 측면과 기록 모두 충분히 올림픽 메달이 가능한 실력이다”고 말했다.

한국 빙상 및 슬라이딩 종목의 금메달 기대주들은 올림픽을 앞두고 페이스를 계속 끌어올리고 있다. ‘빙속 황제’ 이승훈(29)은 이날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유타 올림픽 오벌에서 열린 2017-18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4차 남자 매스스타트에서 1위를 차지, 월드컵 1차에 이어 시즌 2번째 금메달을 따냈다. ‘빙속 여제’ 이상화(28)는 대회 여자 500m 디비전A 2차 레이스에서 36초79를 기록하며 일본 고다이라 나오(36초54)에 0.25초 뒤진 2위를 차지했다. 이상화는 올시즌 4차례 월드컵에서 고다이라와 맞대결에서 모두 패했지만 최근 세 번의 레이스에서 모두 36초대 진입에 성공하는 등 계속해서 기록을 앞당기고 있다.

앞서 지난 8일 윤성빈(23)은 독일 빈터베르크에서 열린 2017-18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IBSF) 월드컵 4차 대회 남자 스켈레톤에서 1차 시기에 56초62를 기록하며 1위에 올라 ‘황제’ 마르틴스 두쿠르스(56초68)를 또다시 제압했다.

한편 한국 피겨스케이팅이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단체전(팀 이벤트) 출전권까지 확보해 사상 처음으로 남녀 싱글과 페어, 아이스댄스를 포함해 5개 전 종목 출전의 쾌거를 이뤄냈다.

이상헌 김태현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