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쟁점법안 논의에 밀려
상임위서 통과된 경우도
700건 이상 법사위서 막혀
법사위 ‘상원 놀음’ 비판 거세
국회 사무처는 올해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까지 20대 국회가 처리한 법률안은 2598건으로, 19대 국회의 같은 기간 처리 법안 수(1492건)에 비해 74.1% 증가했다고 10일 밝혔다. 발의 대비 처리율 또한 같은 기간 18.3%에서 25.1%로 상승했다.
하지만 국회의 법안 처리 비율이 높아졌음에도 국회 상임위원회나 법제사법위원회 등 어딘가에 묻혀 있는 이른바 ‘민생 법안’은 여전히 상당수 남아 있다.
20대 국회가 개원한 지난해 6월부터 10일까지 발의된 법안은 모두 1만376건이다. 이 중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법안은 7683건이다. 9일 종료된 이번 정기국회에선 법률안과 예산안 등 378건의 안건이 처리됐다.
민생 법안들이 여전히 ‘심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이유는 다양하다. 일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등 주요 쟁점 법안에 대한 논의가 우선시되면서 법사위 심사에서 후순위로 밀려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는 전통시장 내 임차인에 대한 권리금 보호, 계약갱신요구권 기간 연장 등이 골자인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 등이 있다. 이 법안은 지난달 21일 법사위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에 상정됐지만 공수처 설치 문제로 여야가 설전만 주고받은 끝에 회의 종료 직전 10분 정도만 논의된 후 보류됐다. 이처럼 법사위에 계류된 채 논의되지 못한 법안이 700건도 넘는다.
납득하기 어려운 정치적 이유 때문에 심사가 밀리는 법안도 있다. 국회 국토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은 “국토위에서 법사위로 합의해 넘긴 일부 법안은 발의한 의원이 소속 정당에 밉보였다는 이유로 심사 대상조차 안 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다른 여당 의원은 “사회적기업이 민간 임대주택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한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은 박원순 서울시장 사업과 비슷하다는 이유로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대부분 법안의 ‘게이트 키핑’ 역할을 하는 법사위의 ‘상원 놀음’에 대한 국회 내부의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한 여당 재선 의원은 “상임위가 여야 이견 없이 처리한 법안을 법사위가 1년 가까이 잡아놓고 있는 것은 정말 무책임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내영 국회 입법조사처장은 “20대 국회가 그 전보다 처리율이 조금 높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많은 민생 법안이 소수 쟁점 법안에 발목 잡혀 제대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당별로 입장 차가 큰 쟁점 법안에 대해선 ‘물밑 정치’를 통해 차이를 좁혀가는 한편 민생 법안은 우선적으로 처리해가야 한다”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
20대 국회 법안처리 비율 높아졌지만… 잠자는 ‘민생 법안’ 수두룩
입력 2017-12-11 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