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의 레니 로브레도(53·사진) 부통령이 지난 8일 세계인권선언 69주년을 맞아 로드리고 두테르테(62) 대통령의 초법적인 ‘마약과의 유혈전쟁’을 또다시 비판했다고 현지 일간 필리핀스타가 9일 보도했다.
로브레도는 성명에서 마약전쟁을 겨냥해 “올해 인권의 날에는 인권 투쟁에 대한 필리핀인들의 공헌을 기억할 뿐만 아니라 투쟁의 정신을 상기해야 한다”며 “우리는 인권 옹호를 위한 싸움을 강화해야 하는 시대적 요구를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필리핀에서는 지난해 6월 두테르테 취임 이후 4000명 안팎의 마약범죄 용의자가 경찰에 사살됐다. 민간 자경단에 의해 사살된 이들까지 포함하면 사망자가 1만명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두테르테는 “나를 살인자라고 불러도 개의치 않는다”며 마약과의 유혈전쟁을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인권변호사 출신인 로브레도는 지난해 5월 치러진 대통령·부통령 선거에서 야당인 자유당 소속으로 당선, 두테르테의 마약 소탕작전과 사형제 도입 추진에 반대하며 ‘불편한 동거’를 하고 있다. 두테르테는 지난해 12월 로브레도에게 각료회의에 참석하지 말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해 부통령 선거의 재검표가 내년 2월 이뤄질 예정이다. 당시 로브레도에게 26만여표라는 근소한 차이로 낙선한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아들 마르코스 주니어(60)의 요구에 따른 것이다. 두테르테의 지원을 받는 마르코스 주니어는 자신의 승리를 예상한 여론조사와 다른 결과가 나오자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법원에 이의신청을 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인권보호 위해 싸워야 할 때”… 두테르테에 반기 든 比 부통령
입력 2017-12-10 18: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