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에서 시대를 읽다…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

입력 2017-12-10 19:12 수정 2017-12-10 21:33
역대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책 표지들. 1982년 ‘인간시장’, 1993년 ‘반갑다, 논리야’, 2010년 ‘정의란 무엇인가’(왼쪽부터). 각 출판사 제공

당대 사람들이 읽는 책은 곧 그 시대를 보여주는 척도다. 베스트셀러 변천사를 살펴보면 1980년대 이후 한국사회가 어떻게 변모해 왔는지 대략 파악해볼 수 있다.

10일 교보문고가 발표한 베스트셀러(교보문고 판매 기준) 분석 결과 1980년대 상반기에는 정치적 억압 상황을 비판·풍자한 작품들이 인기를 끌었다. 김홍신의 ‘인간시장’이 대표적이다. 이 작품은 1980∼1984년 종합 베스트셀러 20위권에 들었다.

출판물 검열과 탄압의 수위가 높아진 1980년대 하반기에는 비유와 상징으로 엮인 시(詩)가 시대정신과 맞물려 대세를 이뤘다. 이해인의 시집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 서정윤의 시집 ‘홀로서기’ 등이 이 시기 베스트셀러였다. 이문열의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등도 주목을 받았다.

1990년대 상반기에는 인문·자기계발·컴퓨터·실용서 등 문학 이외의 장르로 관심이 확대됐다. 권력의 주체가 군인에서 시민으로 넘어가면서 폐쇄적이고 완강했던 출판정책 또한 유연해졌기 때문이다.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논술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반갑다, 논리야’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스티븐 코비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은 1995년 종합 1위에 오르며 자기계발 분야의 포문을 열었다.

외환위기 이후 출판계는 경제상황을 대변했다. 1990년대 하반기에는 어두운 사회 분위기의 영향으로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에세이들이 인기였다.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 ‘가시고기’ 등이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외환위기 직격탄을 맞은 1998년에는 환율 폭등으로 해외 번역물 출간이 크게 줄어들기도 했다.

2000년대 상반기는 개인과 조직의 변화와 혁신이라는 사회적 요구에 힘입어 실용서·자기계발서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아침형 인간’ 등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2000년대 하반기의 키워드는 ‘성공’이었다. ‘마시멜로 이야기’ 같은 스토리형 자기계발서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시크릿: 수 세기 동안 1%만이 알았던 부와 성공의 비밀’은 2년 연속(2007, 2008) 1위를 차지했다.

2010년 상반기에는 인문학 열풍이 불었다.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2010년 1위와 2011년 2위에 랭크됐는데, 이 책의 인기 요인을 당시 정권과 연결시켜 해석하는 시각이 많았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미움받을 용기’ 등 ‘힐링’ 서적도 인기를 얻었다.

2010년대 하반기에는 정치 이슈가 베스트셀러에 즉각 반영되고 있다. 여성 독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 ‘82년생 김지영’은 페미니즘 이슈를 타고 올해 소설 분야 1위에 등극했다. 교보문고는 “새 정부 출범 등 숨 가쁜 정치적 흐름이 한 차례 지나간 2018년에는 스스로 나아갈 길에 대한 물음들이 그 뒤를 이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