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서 터진 내분… 친安 vs 반安 서로 “간신배” 비난

입력 2017-12-10 18:25 수정 2017-12-10 21:22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왼쪽)와 부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오른쪽)가 10일 전남 목포에서 열린 제1회 김대중마라톤대회에 참가해 도로 위를 달리고 있다. 박지원 전 대표가 마라톤대회 출발 지점에서 한 여성이 던진 계란에 얼굴과 오른쪽 어깨 주변을 맞은 뒤 손수건으로 안경을 닦고 있다(오른쪽 사진). 뉴시스

안철수 통합 행보 속 지지자들 광주 곳곳서 충돌

‘DJ 비자금 의혹 제보’
박주원에 징계 절차 돌입

安 “국민의당 중진들
바깥으로 의견 표출 곤란”

조선대서 열린 토론회서
양측 지지자들 욕설·몸싸움

국민의당이 2008년 ‘김대중(DJ) 전 대통령 비자금 의혹’ 사건 제보 의혹을 받고 있는 박주원 최고위원에 대한 진상 조사와 징계 논의를 본격 진행한다.

국민의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10일 “이번 주 초부터 박 최고위원 징계 절차에 돌입한다”며 “제보 의혹과 관련한 사실관계가 파악되면 당무위원회를 열고 (박 최고위원에게) 최고위원직 사퇴와 출당 등의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바른정당과 정책연대 등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통합파와 반대파로 갈라져 갈등을 겪고 있는 국민의당에 박 최고위원 사태는 주요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일단 통합파와 반대파 모두 박 최고위원 사태를 상대방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 소재로 삼지는 않으며 자제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진상조사 결과에 따라 이 사태에 대한 책임론이 안철수 대표에게까지 미칠 수 있고, 이 경우 안 대표의 지도력 및 통합 추진 동력이 크게 훼손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안 대표 측에 서서 통합 논의에 힘을 싣던 박 최고위원이 궁지에 몰리면서 중도통합론 역시 힘을 잃을 것이라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2박3일 일정으로 호남을 방문 중인 안 대표는 박 최고위원 사태와는 선을 그으며 통합 여론 조성에 힘을 쏟았다. 안 대표는 이날 광주 조선대에서 열린 ‘연대-통합 혁신을 위한 토론회 안철수 대표에게 듣는다’ 토론회에서 “지금까지 경험을 총동원해 이 길(연대·통합)로 가는 게 사는 길이라고 믿는다”면서 “(하지만) 제 생각과 중진 의원들이 생각하는 방안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대표에 취임한 지 100일이 안 됐는데도 중진들이 바깥으로 의견을 표출하는 것은 정말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유권자들이) 싸우는 정당에 눈길을 주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안 대표의 호남 방문을 계기로 텃밭 민심을 수습하겠다는 당초 구상과 달리 호남 내 친안(친안철수) 당원과 반대 당원이 곳곳에서 충돌하며 갈등만 깊어졌다. 안 대표 지지자로 알려진 한 여성은 오전 전남 목포 김대중 노벨평화상 기념관 앞에서 열린 마라톤대회에서 통합 문제로 안 대표와 대립 중인 박지원 국민의당 전 대표를 향해 계란을 던졌다. 얼굴과 어깨 부분에 계란을 맞은 박 전 대표는 “괜찮다. 내가 맞아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행사 참석자들 사이에선 “간신배 같은 사람, 안철수는 물러나라” “간신배 박지원은 물러나라” 등 서로를 비난하는 발언이 쏟아졌다.

조선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도 충돌이 이어졌다. 안 대표를 비판하는 당원들로 구성된 ‘국민의당 개혁과 공당 사수를 위한 당원연대’는 행사장 앞에서 ‘국민의당이 네 개인 회사냐’ 등 원색적 문구가 담긴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반면 안 대표 지지 당원들은 ‘호남 맏사위 안철수, 광주 방문을 환영합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응수했다. 또 안 대표 비판 현수막을 찢으려는 과정에서 양측이 욕설을 주고받으며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