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 뒷談] 공정위 퇴직자들 대기업行 꿈도 꾸지마

입력 2017-12-10 19:16

연말이면 관행적으로 이뤄지던 공정거래위원회 퇴직 공무원들의 대기업 재취업이 막힐 전망이다. ‘김상조 효과’가 재계뿐 아니라 공정위 내부에도 영향을 미친 결과다.

정년이 임박한 공정위 비고시 출신 과장급들은 관행적으로 삼성 등 대기업에 매년 3∼4명이 재취업을 했다. 이들은 고문이란 직함을 받고 임원급 대우를 받았다. 퇴직 후 짧게는 2년에서 길게는 4∼5년까지 사내 준법 교육이나 대관 업무를 해 왔다.

이런 관행은 수십 년간 지속돼 왔다. 공정위와 대기업 간에는 비공식적 취업 루트가 존재해 왔고, 공정위원장은 암묵적으로 이를 승인했다. 물론 비고시 출신들은 퇴직 공직자 심사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불법은 아니다.

하지만 올해는 1959∼1960년생 3∼4명이 퇴직을 앞두고 있는데 대기업행이 확정된 직원이 단 한 명도 없다. SK 등 공정위 출신 고문의 빈자리가 있는 기업들이 몸을 사리고 있고, 공정위 내부에서도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취임 직후부터 전관예우 타파를 강조한 데 따른 현상이다. 대기업들은 대안으로 이미 공정위를 퇴직하고 다른 기업에서 고문직을 한 ‘올드 OB(올드보이)’를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 관계자는 10일 “김 위원장 눈치를 보며 대기업들이 데리고 있던 공정위 출신 고문마저 계약을 해지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공정위 내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시대가 바뀌었으니 이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불만도 거세다. 비고시 출신들은 퇴직 후 3년간 취업금지 조항이 있어도 3년이 지나면 대형 로펌으로 가는 고위직 퇴직 관료에 비해 역차별받고 있다는 입장이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삽화=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