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처음 갖는 내 장난감” 아이들 함박웃음… 증가교회, 보육원생들과 장난감 가게 나들이

입력 2017-12-11 00:03 수정 2017-12-12 13:20
증가교회 성도와 목회자들, 은평천사원 어린이와 교사들이 지난 7일 ‘성탄 축하 사랑 나눔’ 행사가 열린 서울 은평구의 한 장난감 가게 앞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지난 7일 오후 서울 은평구의 한 대형마트 내 장난감 가게. 저마다 보호자의 손을 꼭 붙잡은 아이 20명이 신난 표정을 지은 채 종종걸음으로 들어왔다. 볼거리와 놀거리가 가득한 공간에서 아이들은 잰걸음으로 돌아다니며 장난감을 구경하고 체험했다. 어른들은 아이 손에 이끌려 이리저리 다니면서도 미소가 끊이지 않았다.

이날 장난감 쇼핑을 나선 이들은 서울 은평구 증가교회(백운주 목사)가 주최한 ‘성탄 축하 사랑 나눔’에 참여한 성도 15명과 아동복지시설 은평천사원(원장 조성아) 어린이들이다. 교회는 성탄을 앞두고 생애 처음 갖는 개인 장난감을 아이 스스로 고르게 하기 위해 행사를 기획했다.

1∼4세로 이뤄진 아이들 20명 중 2세 이하 5명은 천사원 교사가, 나머지는 교인들이 짝을 지어 쇼핑에 나섰다.

쇼핑에 나서기 전 교인들은 간식을 사들고 시설을 찾아 아이들의 생활공간을 둘러봤다. 조성아 원장은 “장난감을 사러 간다는 소식을 듣고 아이들이 굉장히 들떠 있다”며 “아이를 만나면 불쌍하다는 시선 대신 ‘사랑이 필요한 귀한 아이’로 대해 달라”고 당부했다.

각자 생업을 잠시 내려놓고 행사에 참여한 교인들은 일일 ‘짝꿍 선생님’ 역할로 아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챙겼다. 짝을 맺은 아이 이름을 부르며 간식을 챙겨주고, 손을 잡은 채 가게를 돌며 장난감을 골랐다.

처음 본 교인들을 서먹해하던 아이들도 태어나서 처음 직접 고른 장난감을 손에 쥐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로봇 완구와 팽이를 고른 강하엘(가명·4)군은 “평소 사고 싶었던 것을 갖게 돼 기분이 정말 좋다”며 같이 온 친구에게 새 장난감을 자랑했다.

하지만 막상 서로 헤어지는 순간엔 아쉬운 표정이 묻어나기도 했다.

최슬아(23) 성도는 “같이 간 아이가 ‘나중에 또 올 거냐’고 물어 헤어질 때 눈물을 숨기느라 혼났다”며 “맑은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었던 것 자체가 큰 기쁨이고 감동이었다”고 말했다. 직장에 반나절 휴가를 내고 남편과 봉사를 온 김은정(47) 집사는 “나눔도 배워야 할 수 있기에 시간을 내 찾았는데 참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며 “앞으로 교회가 이 행사를 매년 진행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증가교회는 은평천사원의 제안으로 올해 처음 행사를 진행했다. 백운주 목사는 “최근 지역 취약주민 60가구를 마트로 초청해 20만원 한도 내 직접 생필품을 살 수 있게 했는데, 일방적으로 받는 것보다 반응이 좋아 이번 제안도 기쁘게 수락했다”며 “내년엔 더 많은 아이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사진=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