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주35시간’ 실험… 재계 “근로시간 단축 신호탄인가” 촉각 곤두

입력 2017-12-08 18:12 수정 2017-12-08 21:35

신세계, 임금삭감 없는 만큼
생산성 높이는데 주력할 듯

유통업계 "연장수당 줄어
실질적 임금 하락 불가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또 다른 실험’인 주 35시간 근무제는 우리나라 근로 현실을 볼 때 파격적이다. 사회적으로 근무시간 단축은 피하기 어려운 대세로 여겨지고 있어 업계는 신세계의 주 35시간 근무 도입이 불러올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8일 신세계가 발표한 주 35시간 근무제는 아직 선진국에서도 일반화되지 않은 근무 형태다. 미국 일본 등은 대개 주 40시간 근무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주 35시간 근무는 유럽 일부 국가 또는 해외 선진 기업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

이번 근로시간 단축은 임금이 줄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국내 기업 대다수는 그동안 근로시간 단축의 필요성을 공감하면서도 임금 하락 문제에 대한 합의점을 찾지 못해 시행을 미뤄왔다.

신세계는 임금 삭감 없이 근로시간을 줄이는 만큼 업무 생산성을 높이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후속 조치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신세계는 “혜택이 큰 만큼 임직원이 자발적으로 업무에 더 몰입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근무 문화 구축에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의 실험은 정부가 근무시간 단축을 강력하게 추진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정부는 법정 최대근로시간을 현재 주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 국회는 관련법을 개정하고 있고, 대법원도 조만간 관련 판결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에 따라 신세계의 주 35시간 근무 도입이 어떤 식으로든 기업 근로 문화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일부 기업은 이미 근로시간 단축에 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여름부터 전 부문에서 주 52시간 근무를 위한 예행연습을 하고 있다. ‘가능하면 주당 근무시간을 52시간으로 줄일 수 있도록 직원들을 독려하라’는 권고사항을 각 사업부문 담당자에게 전달했다. 회사 관계자는 “지금도 이러한 예행연습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재계에선 이번 일을 근로시간 단축의 신호탄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24시간 공장을 가동하는 제조업체는 근무시간 단축이 매우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유통업계는 근로시간 단축의 효과는 실질적 임금 하락으로 이어져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고 본다. 유통업계에선 연장근로수당이 통상임금처럼 돼 있다. 따라서 근로시간이 35시간으로 단축되면 연장근로수당이 줄어들어 실질적인 임금 하락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시행과정에서 문제가 나타나면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