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1년] 송년회 취소, 신년회 불참… 조심, 또 조심한 헌재

입력 2017-12-09 05:05

정계 인사 접촉 최소화 차원
시위 발생시 분쟁 소지 우려
헌재까지의 거리 표시된
안국역 근처 표지판도 수정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이 한창이던 지난 1월, 헌법재판소에서 가까운 지하철 3호선 안국역사거리 앞 한 편의점 부근의 안내표지판이 수정됐다. 애초 이 표지판에는 헌법재판소까지의 거리가 150m로 표시돼 있었다. 표지판부터 헌재 정문까지의 거리였다.

탄핵심판에서 매사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던 헌재는 집회가 과격해졌을 때 분쟁의 소지가 생길 것을 우려했다. 실제 해당 표지판으로부터 헌재 청사의 가장 가까운 담장까지 거리는 150m가 아닌 70m 정도였다. 헌재는 150m로 표시된 거리를 70m로 밝혀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종로구 건설관리과로부터 자체 수정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듣고, 헌재는 약간의 비용을 들여 표지판을 고쳤다.

엄중한 판단을 내리기까지 행동 하나하나를 조심하던 헌재의 태도는 다른 곳에서도 드러난다. 모든 헌재 구성원은 지난해 12월 박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이 청구되자 연말연시 행사를 축소했다. 헌재 내부 송년 만찬이 우선 취소됐고, 청와대의 신년인사회에도 주요 인사가 전원 불참하기로 결정됐다. 정계 인사와의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였다. 탄핵심판이 해를 넘기며 이러한 외부행사 불참 기조는 국경일인 3·1절에도 유지됐다.

지난 3월 10일 탄핵심판 결과의 선고 당일 헌재 주변에는 경찰 병력 20여중대, 총 2500여명이 배치됐다. 심판정 내 소란행위와 감치, 돌발 상황을 대비해 경찰 순찰차와 소방차가 대기했다.

이정미 전 헌재소장 권한대행에게는 5인의 경호대가, 다른 재판관들에게도 3인의 경호대가 각각 자택부터 근접 경호를 했다. 이 전 재판관의 차량 경호는 선고일 즈음 1대에서 3대로 늘었다. 꼼꼼한 준비 덕에 불미스러운 일은 없었다. 헌재는 시간이 흘러서야 “모든 시나리오를 검토했다”고 말한다.

헌재가 사건접수 1년에 즈음해 내부 참고용으로 소수만 발간한 탄핵심판 자료집은 1500쪽 분량이다. 소추의결서, 답변서, 박 전 대통령의 최종의견서 등 주요 서면이 담겼다. 3회의 준비절차조서, 17회의 변론조서, 26회의 증인신문조서 그리고 마지막 3월 10일의 선고조서도 자료집에 있다.

서면과 변론조서 이외에도 윤전추 전 청와대 행정관 등 증인들이 여비를 청구한 내역도 자료집에 기록됐다. 유언비어 현황과 대응, 경찰·소방당국과 주고받은 공문도 포함됐다. 91일간 조를 나눠 비상근무체제에 돌입해야 했던 헌재 구성원들의 시간표도 역사적 자료로 남았다.

이경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