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구조조정 ‘선제적 부실 예방’ 방식으로 전환

입력 2017-12-09 05:00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왼쪽)이 8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최수규 차관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뉴시스
부실 징후 나타나기 전에
대상 솎아내는 체계 마련

내년 상반기 중 1조 규모
구조조정 펀드 조성 계획

산업적 측면과 금융논리
균형 있게 반영할 방침

정부가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는 비판을 받아오던 산업 구조조정의 방향타를 튼다. 재무 관점에서 기계적으로 부실을 정리하던 기존 방식에서 ‘부실 예방’ ‘상시·선제’로 초점을 바꾼다. 칼자루를 정부에서 시장으로, 금융에서 산업으로 옮기겠다는 것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개최했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열렸다. 회의 주제는 ‘구조조정’이었다. 김 부총리는 모두발언에서 “혁신성장은 신산업과 벤처육성만으로 달성될 수 없다”며 “기존 산업의 체질 개선과 혁신 유도를 위해 산업과 기업 구조조정의 기본 틀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바뀌는 구조조정의 밑그림은 3가지다. 우선 상시·선제 대응이다. 정부는 부실 징후가 나타나기 전에 미리 구조조정 대상을 솎아내는 체계를 마련키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나 중소벤처기업부 등 관련 부처에서 산업별 국내외 업황, 국내 업계의 경쟁력, 위험 요소 등을 정기적으로 분석한다. 금융감독원은 재무상황 점검 등 측면 지원 역할을 맡았다. 산업 진단이 필요한 업종은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국책연구기관을 통해 점검한다. 부실이 터진 뒤에 부랴부랴 대응책을 마련하면서 시장과 산업계가 상처를 입던 방식을 벗어던지겠다는 취지다.

구조조정 주도권은 정부에서 시장으로 옮겨간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 중에 정책금융기관과 민간 매칭을 통해 1조원 규모의 구조조정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자본시장을 통해서 자연스러운 구조조정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회생 가능 기업에 채무조정뿐만 아니라 신규자금 지원도 가능한 ‘프리 패키지 플랜(P플랜)’을 적극 활용키로 했다.

금융권이 중심을 잡던 구조조정 구조도 바꾼다. 그동안 채권단이 산업·기업 구조조정의 키를 잡아왔다. 채권단에서 기업과의 자율협약이나 기업 워크아웃 등을 결정했다. 대우조선 사례처럼 채권단의 핵심에 국책은행이 있는 경우가 많다보니 금융위원회 결정에 무게가 쏠려 있다. 그만큼 산업 특성이나 시장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금융 논리, 채권단 입장이 강조됐다. 정부는 산업과 금융을 균형 있게 반영하겠다는 생각이다. 이를 위해 구조조정 과정에서 채권단만 아니라 대상 기업의 주요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도 마련키로 했다. 김 부총리는 “외부 컨설팅 등을 통해 산업적 관점에서 대안을 검토해 최선의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