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셉 윤 美 대북정책특별대표
“北 일정기간 핵·미사일 실험
중단 말하고 지키면 대화 가능”
러 외무장관, 틸러슨 국무에
“북, 미와 직접 대화 원한다”
조셉 윤(사진)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7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북한이 일정 기간 핵·미사일 실험을 중단하겠다고 우리에게 말을 하고, 이를 지키면 대화를 위한 공간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오스트리아에서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을 만나 “북한은 체제 안전 보장과 관련해 미국과 직접 대화를 원한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북한과 미국이 서로 대화를 탐색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윤 대표는 워싱턴DC에서 열린 한국국제교류재단(KF) 주최 송년회에 참석해 기자들로부터 “60일 동안 도발을 중단하면 대화 신호로 간주한다는 대북 메시지가 아직 유효한가”라는 질문을 받고 “60일이건 어떤 숫자건 북한이 일정 기간 핵·미사일 실험을 중단하면 대화를 위한 공간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어 “다만 북한이 (사전에) 의사를 밝히지 않은 행동(실험 중단)은 의미가 없다”며 “북한이 먼저 일정 기간 실험을 중단하겠다고 우리에게 말을 하고 이를 지키면 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북한에는 여러 채널을 통해 이런 메시지를 전달했다”며 “그러나 아직 북한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전날 테리 브랜스테드 주중 미국대사가 말한 북·미 대화의 조건과도 일맥상통한다. 브랜스테드 대사는 중국 광저우에서 열린 포천 글로벌 포럼에 참석해 “북한이 더 이상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그렇게 실행한다면 미국이 협상 테이블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미 전역이 사정권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 15형을 시험발사한 직후 미국은 ‘전쟁 가능성’을 언급하고 한·미 연합훈련을 실시하는 등 강하게 대응했으나 미 고위직 외교관들이 잇따라 대화 조건을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있어 국면이 달라질지 주목된다.
윤 대표의 발언은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주장에 대한 화답으로 볼 수도 있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회원국 외무장관 회의에서 틸러슨 미 국무장관과 양자회담한 뒤 기자들에게 “북한이 체제 안전 보장에 대해 무엇보다 미국과 대화하길 원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며 “우리는 이를 지원하고 그러한 협상에 참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틸러슨 장관에게 이 얘기를 전달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미국은 여전히 북한에 대한 의구심도 갖고 있다.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은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쏘아대는 걸 볼 때 진지한 대화를 하거나 협상 테이블에 앉는 것에 관심이 없는 것 같다”며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보이기 전까지 직접 대화는 고려 옵션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北·美, 대화 탐색전 펼치나
입력 2017-12-09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