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에게 점자는 가장 중요한 의사소통 수단이다. 하지만 중도에 실명한 사람이나 교육 수준이 높지 않은 사람에겐 점자 배우기가 결코 쉽지 않다. 누구나 재미있고 쉽게 점자를 가르치고 배우는 교육보조기기 ‘탭틸로’를 만든 이경황(37) 오파테크 대표를 최근 서울 성동구의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대학생 때 기독교 세계관 관련 강의를 들으면서 내가 가진 지식과 기술로 소외된 이들을 도와야겠다는 결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중학교 때 교회를 다니기 시작해 청소년부 회장 등을 맡으며 믿음을 키웠다. 크리스천 과학포럼 활동과 적정기술 세미나 등을 통해 비전을 품었다. 이 대표는 “졸업 직후 일반 회사에 들어갔지만, 이웃을 돕기에 한계가 있었다”며 “어려운 이들을 도울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 사회적기업이라고 판단해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점자보급률이 10%가 채 안 된다는 사실을 알고 시각장애인의 문맹률을 낮추고자 탭틸로 제작에 착수했다. 영어 점자 교육에 집중했다. 2년6개월의 개발 과정 끝에 지난 5월 필드 테스트를 완료하고 미국 호주 아일랜드 등 영어권 국가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가장 큰 특징은 남녀노소 모두 흥미를 끌 수 있는 퀴즈 형식을 택한 것이다. 휴대전화의 블루투스나 와이파이로 탭틸로 기기를 애플리케이션에 연결한 뒤, 기기에 부착된 점자 블록을 입력하고 휴대전화에서 ‘완료’ 버튼을 누르면 기기가 정답 여부를 알려준다. 이런 방식으로 쉬운 단어부터 어려운 단어까지 공부할 수 있다.
이 대표는 개발도상국의 아동교육 기관에 보다 많은 탭틸로를 보급하는 꿈을 갖고 있다. 그는 “개발도상국은 실명을 조기에 예방할 수 없는 환경이라 시각장애인 비율이 높고, 점자를 가르칠 여건도 되지 않는다”며 “이들에게 최저 가격에 최대한 많은 점자교육 기회를 주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탭틸로 한 대로 10명까지 교육할 수 있다.
그가 피땀 흘려 배운 공학기술과 소중한 아이디어로 만든 제품으로 이윤을 얻기보다 더 많은 이에게 저렴하게 배포하길 바라는 이유는 무엇일까.
“예수께서는 우리를 위해 죽으셨습니다. 그런 엄청난 일에 대한 대가를 우리는 평생 치르면서 살아야 합니다. 저는 제가 배운 지식과 잘할 수 있는 일을 통해 그런 삶을 살아가려고 합니다.”
글·사진=이현우 기자 base@kmib.co.kr
점자 교육보조기 ‘탭틸로’ 만든 이경황 대표 “누구나 쉽게 점자 배울 수 있어요”
입력 2017-12-11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