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한상열] 자연생태계의 보존 가치

입력 2017-12-08 17:28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 있는 흑산도에 소형 공항 건설을 놓고 찬반 여론이 팽배하다. 국립공원 자연생태계는 지속 가능한 이용을 위해 온전히 보존되어야 한다는 입장과 지역사회의 관광 이익을 위해 개발해야 한다는 입장이 대립하고 있다. 이는 비단 흑산도 소형 공항 문제만이 아니다. 오랫동안 논란을 빚었던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개발에 제동이 걸려 있지만, 여전히 지역에서는 행정심판을 제기하는 등 논란이 거듭되고 있다. 국립공원은 우리나라 자연생태계나 자연 및 문화경관을 대표할 만한 지역으로 보존을 전제로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이용이 공존하는 보호지역이다. 국립공원에 포함된 지역사회의 개발 요구는 보존을 요구하는 입장과 충돌하며 사회적 갈등을 양산하기도 한다.

왜 이러한 갈등이 반복되는 것일까.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개발 사업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이를 통해 얻어지는 편익이 비용보다 커야 한다. 국립공원에서 개발에 따른 편익 계산은 누구의 입장에서 보느냐 하는 것과 장래의 사업결과에 대한 불안전한 지식과 불확실성 등으로 정확한 추정이 어렵다. 또한 개발에 따른 비용 계산도 사업의 부정적 결과인 자연생태계 훼손에 대한 사회적 비용을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개발 이익과 보존 가치를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가 계속된다. 관광사업을 목적으로 개발을 추진하려는 지역사회의 요구를 보존의 논리만으로 막을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핵심 보호지역인 국립공원에서 지역주민의 개발 요구를 면밀한 검토 없이 허용해서는 더욱 안 된다. 결국 우리 사회가 어떤 가치를 더 존중하는지가 문제 해결의 열쇠다.

그렇다면 국립공원을 보존할 때 우리에게 얻어지는 경제적인 가치는 무엇일까. 이론적으로는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하나는 현재는 이용되지 않지만 미래에 큰 쓰임새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점에서 선택가치라고 한다. 예를 들어 국내에 유일하게 존재하는 자연경관이 있는데 현재는 접근할 등산로가 없어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이 없지만, 언젠가 등산로가 개설된다면 사람들이 찾아올 수 있기 때문에 일종의 향후 이용권을 확보하려는 의미라 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자연생태계를 보존하여 여러 생물종이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의미를 지니는 존재가치다. 멸종위기에 처한 지리산 반달가슴곰을 복원하여 보존하는 것이 좋은 예다. 마지막으로 자연생태계는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 한 세대만의 것이 아니라, 미래세대에게 최소한 현재의 수준 이상으로 온전히 전해주어야 할 유산으로서의 가치다.

국립공원은 우리에게 남은 마지막 자연 안식처이며 온전히 미래세대에게 물려줘야 할 유산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자부심이자 문화이며 국민들의 심신회복의 성지(聖地)이다. 이러한 국립공원에서 개발 사업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개발에 따른 이익 계산만큼이나 자연생태계 생물종들과 미래세대까지 고려한 합리적 보존 가치인 비용 계산은 당연하다. 이와 함께 국립공원 설정으로 지역사회가 부당한 경제적 피해를 보고 있다면 이는 당연히 국가가 보존으로 인한 손실을 개발이 아닌 다른 현명한 방법으로 보상해 주는 정책 추진이 해법이 될 수 있다.

한상열 경북대 산림과학·조경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