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둘 입양… 최재형 사법연수원장 “하나님의 사랑 실천하는 길이라 믿어”

입력 2017-12-07 21:19
문재인정부 첫 감사원장 후보자인 최재형 사법연수원장(오른쪽)이 사법연수원 교수로 있던 2001년 가족과 함께 찍은 사진. 가운데 있는 아이는 전년에 입양한 아들 진호군이다. 당시 최 원장은 기독교인으로서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가장 손쉬운 길이라는 믿음으로 입양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국민일보DB

부인과 사이 두 딸 있어도
2000년·2006년 입양

최 후보, 3대가 해군 가족
아버지 6·25 참전 용사
형 대위 전역·아들 복무중

靑 “7대 배제원칙 엄격”

7일 감사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최재형(61) 사법연수원장을 따라다니는 몇 가지 미담들이 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최 후보자는 부인 이소연 여사와의 사이에서 두 딸을 얻었다. 하지만 2000년, 2006년 두 아들을 입양했다. 그는 당시 “아이의 상태가 어떻든 무언가를 기대하고 아이를 입양해서는 안 된다”며 “입양은 평범한 아이에게 그가 놓칠 수도 있었던 평범한 가정사를 누릴 기회를 제공하는 것뿐”이라고 했다. 최 후보자 가족은 2000년 가을, 막 9개월이 된 막내아들 진호씨를 입양하며 육아일기도 작성했다. 이들에게 입양은 기독교인으로서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가장 손쉬운 길이라는 믿음이 있었다고 한다.

자식이 없는 것도 아닌 엘리트 판사가 40대에 두 명의 아이를 입양한 것은 당시 법조계에서 화제가 됐다. 최 후보자는 2011년 언론 인터뷰에서 “입양은 진열대에 있는 아이들을 물건 고르듯이 하는 게 아니다”라며 “아이에게 사랑과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아무런 조건 없이 제공하겠다는 다짐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 후보자의 장남인 영진씨는 해군 복무 중이다. 최 후보자의 아버지는 해군사관학교를 3기로 졸업한 예비역 해군 대령이며 한국전쟁 기간 동안 ‘인천상륙작전’ 등 주요 작전에 참가했다고 한다. 최 후보자의 형도 해군 대위로 전역해 3대가 해군 가족인 셈이다. 최 후보자 본인은 육군 중위로 전역했다.

최 후보자의 사법연수원생 시절도 많이 알려진 일화다. 최 후보자가 1980년대 초 사법연수원생 시절, 거동이 불편한 친구를 매일 업고 등·하원 했다. 소아마비를 앓았던 친구는 최 후보자와 경기고등학교, 서울대 동문이었다고 한다. 최 후보자가 대전지법원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함께 근무했던 한 판사는 “최고의 인품을 지녔다”며 “후배 법관, 법원 직원 등 구성원을 한명 한명 다 기억해주셨던 모습이 굉장히 인상 깊었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이날 최 후보자를 지명하며 이례적으로 그의 인품을 언급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최 후보자는 자녀 2명과 함께 최근 5년간 13개 구호단체에 4000여만원을 기부했다”며 “법원 내 봉사 및 우정과 관련한 미담이 상당히 많다”고 소개했다.

병역 문제를 포함해 평판 조사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왔음에도 청와대는 ‘고위공직자 7대 배제 원칙’을 적용해 최 후보자를 면밀히 검증했다고 한다. 7대 항목은 병역기피, 세금탈루, 불법적 재산증식, 위장전입, 연구 부정행위, 음주운전, 성 관련 범죄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기준에 최대한 맞추기 위해 노력했고 그 때문에 감사원장 인선도 늦어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최 후보자의 판결을 검토한 결과 매우 엄정하게 판결해온 것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최 후보자의 당면 과제는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 회복과 직무 이관 절차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감사원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감사원의 회계검사권을 국회로 옮기겠다고 대선 기간 공약한 바 있다. 하지만 취임 초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를 지시하는 등 정치적 중립성 논란을 자초했다. 지난 7월 경남고 후배인 왕정홍 감사위원이 사무총장으로 승진하고 캠프 출신 인사인 김진국 변호사가 감사위원에 임명된 점도 논란이 됐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킬 적임자인지 철저히 따져보겠다”고 했다. 감사원장은 국회 표결 절차를 거쳐 임명된다.

문동성 이가현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