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직 PD 최승호, MBC 사장 됐다

입력 2017-12-07 21:39

MBC에서 해직된 최승호(56·사진) 뉴스타파 PD가 MBC 신임 사장이 됐다. 개혁 성향의 최 사장이 MBC를 이끌게 되면서 방송 자율성과 공정성 확보를 위한 MBC의 움직임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해직자 복직을 포함한 대규모 인적 쇄신도 예상된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는 7일 서울 여의도 방문진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열고 최 사장과 이우호 전 MBC 논설위원실장, 임흥식 전 MBC 논설위원 3명을 상대로 면접을 진행했다. 면접이 끝난 뒤 표결을 실시해 새 사장을 내정했다. 1차 투표에선 과반의 지지를 얻은 후보자가 없어 2차 투표를 통해 최 사장이 내정됐다. 그는 이사회 직후 열린 주주총회에서 신임 사장으로 최종 선임됐다. 이사회 투표는 야권 측 이사 4명이 불참한 가운데 진행됐으며, 최 사장의 임기는 2020년 주주총회 이전까지다.

최 사장은 경북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1986년 MBC에 입사했다. ‘PD 수첩’ ‘경찰청 사람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MBC스페셜’ 등을 연출했다. 황우석 서울대 교수의 줄기세포 조작 사건을 취재해 2006년 한국방송프로듀서상과 올해의프로듀서상을 받았다.

그가 경영진과 마찰을 빚기 시작한 건 이명박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다. 2010년 PD 수첩 제작진으로 일하면서 4대강 문제를 다룬 방송을 제작했다가 경영진과 충돌했다. 2012년 파업에 참여했다가 해직됐으며, 해직 이후 독립언론 뉴스타파에서 PD와 앵커로 활동했다.

최 사장이 MBC 수장이 되면서 전국언론노조 MBC본부(MBC노조)를 중심으로 주장돼온 ‘MBC 정상화’ 움직임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파업 참여를 이유로 해직된 기자나 PD의 복직도 확실시된다. 최 사장은 MBC의 최우선 과제로 ‘해직자 복직’을 거론하곤 했다. 2012년 파업 참여를 이유로 부당 전보된 인사들도 원직에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탐사보도 프로그램도 강화될 전망이다. 한동안 결방됐던 ‘PD 수첩’은 오는 12일 방송을 재개한다. MBC는 오는 14일 시청자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만나면 좋은 친구 MBC의 고백’(가제)을 내보낼 예정이다. 최 사장은 “MBC가 그동안 국민들에게 실망을 줬다. 국민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MBC 구성원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최대한 보장하겠다”며 “외압을 막는 방패가 되겠다”고 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