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선수, 개인 자격 출전하면…
평창올림픽 102개 종목 가운데
32개 종목에서 메달권 선수 보유
‘피겨 요정’ 메드베데바 金 유력
男 크로스컨트리 우스티우고프
빙속 1500m 유스코프도 돋보여
OAR만 구성해도 金 6∼7개 가능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Olympic Athlete from Russia·OAR)’들도 만만치 않다.
도핑 파문으로 러시아 선수단의 2018 평창동계올림픽 출전은 불가능해졌지만 소위 개인 자격으로 참여가 가능한 ‘깨끗한’ 러시아 선수들의 수준은 세계 상위권을 점하고 있다. 현재 동계종목별 월드컵이나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메달권에 드는 선수들을 앞세운다면 종합 10위권 내 성적은 무난할 전망이다.
7일(한국시간) IOC 등에 따르면 러시아 선수가 개인 자격으로 참가할 경우 올림픽기를 가슴에 달고 뛰게 되며 이들은 ‘OAR’로 분류된다. OAR이 획득한 메달은 개인 자격이기 때문에 러시아 메달로 인정되지 않는다. 하지만 러시아가 미국 캐나다 독일 노르웨이와 함께 동계스포츠 강국인 만큼 OAR들은 적지 않은 메달을 수확할 전망이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최근 “러시아엔 평창동계올림픽 102개 종목 가운데 3분의 1인 32개 종목에서 메달권 선수가 있다”고 분석할 정도다.
세르게이 우스티우고프(25)는 2016-2017시즌 국제스키연맹(FIS) 크로스컨트리 월드컵에서 7차례나 우승한 올림픽 금메달 1순위 선수다. 가장 최근인 지난 3일(한국시간)에 노르웨이 릴레함메르에서 치러진 2017-2018 FIS 크로스컨트리 월드컵 남자 1.5㎞ 스프린트 클래식에서 출전 선수 79명 가운데 2위에 오르며 올림픽 준비를 마쳤다.
남자 스피드스케이트 1500m 최강자는 데니스 유스코프(28)다. 그는 올 시즌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남자 1500m 랭킹 1위에 올라 있다. 자국에서 열렸던 2014 소치동계올림픽 때는 1500m 4위에 그쳤지만 평창동계올림픽에서는 노메달의 한을 풀겠다는 각오로 맹훈련을 하고 있다.
2016-17 바이애슬론 월드컵 개인종합 2위이자 소치동계올림픽 바이애슬론 남자 계주 금메달리스트 안톤 시풀린(30)과 러시아 루지의 떠오르는 신성 로만 레필로프(21)도 금메달 획득에 손색이 없는 선수들이다.
남자 아이스하키에서는 세계랭킹 2위인 러시아 선수들이 ‘OAR팀’으로 나설 수 있다.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가 일찌감치 올림픽 불참을 선언한 가운데 두 번째로 큰 러시아대륙간아이스하키리그(KHL) 선수들이 올림픽에 나설 경우 OAR팀의 경쟁력은 부쩍 높아질 전망이다.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남자 쇼트트랙의 강자 빅토르 안(32·한국 이름 안현수)은 올 시즌 성적이 좋지 않다. 하지만 두 차례 올림픽에서 수많은 금메달을 획득한 그는 한국에서 열리는 평창동계올림픽을 사실상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 무대로 생각하는 만큼 예상외의 투혼을 발휘할 수 있다. 피겨 스케이팅 여자싱글 세계 1위인 예브게니아 메드베데바(18)는 부상 외에는 적수가 없을 정도의 부동의 1인자다.
결국 OAR로 나서지만 선수들 면면으로는 금메달 6∼7개 이상 가능한 실력이다. 미국 스포츠 데이터 분석업체 그레이스노트는 러시아가 빠질 경우를 가정, 내놓은 평창동계올림픽 예상 순위에서 한국은 금 6, 은 3, 동 1개로 종합 9위에 오를 것으로 예측됐다. 도핑과 무관한 러시아 선수들로 구성된 OAR이 현재의 실력만 발휘할 경우 우리나라와 엇비슷한 성적을 낼 수 있다는 의미다. 국가가 아닌 개인 자격이라도 러시안의 위력은 무시할 수 없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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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12-08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