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을 못쉬겠어요. 빨리 좀…” 에어포켓 속 ‘필사의 SOS’

입력 2017-12-08 05:02

30대 친구3명, 2시간43분 버텨
“선수 쪽에 3명이 갇혀 있어요”
자신 위치 담은 GPS화면 전송

“너무 추워” 해경과 11차례 통화
“1시간 반 됐는데…” 항의도
영흥도에 해경 계류시설 추진


“숨을 못 쉬겠어요… 빨리 좀 와주세요.”

지난 3일 오전 6시5분 발생한 인천 영흥도 낚싯배 전복사고 당시 선실 내 ‘에어포켓’에 있던 생존자의 절박한 구조요청 상황을 담은 녹취록이 7일 공개됐다. 인천해양경찰서가 이날 공개한 통합신고시스템의 녹취록에 따르면 신고자 심재윤(31)씨는 사고 직후부터 계속 경찰에 전화를 걸어 다급하게 구조를 요청했다.

6시32분 7차 통화 후엔 자신의 위치를 담은 GPS 화면을 해경 휴대전화로 전송했고, 6시53분 8차 통화에서는 “3명이 갇혀 있어요, 선수 쪽으로 와서 바로 구해주세요”라며 구체적인 위치를 알리며 구조를 요청했다.

심씨는 7시12분 10차 통화에서 “숨이 안 쉬어져요”라고 호흡 곤란을 호소하기도 했다. 마침내 수중구조 작업이 7시36분 본격적으로 시작됐지만 구조대가 생존자들이 있는 선실로 접근하기는 쉽지 않았다. 구조대가 선박 후미를 통해 진입했지만, 그물과 낚싯줄이 뒤엉켜 있어 진입로를 확보하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해경 구조대가 도착했는데도 즉각 구조되지 않자 심씨는 7시42분 11차 통화에서는 “빨리 좀 보내 주세요… 1시간 반 됐는데… 너무 추워…”라며 호소했다. 첫 신고를 한 지 2시간이 넘어서자 심씨 일행은 욕설을 내뱉는 등 거칠게 항의하기도 했다. 심씨가 “숨이 차요. 숨이”라며 고통을 호소하자 해경은 물이 빠지는 시점이어서 물이 더 차진 않을 것이라며 이들의 심리적 안정을 도왔다. 또 계속 질문을 던지며 생존자들이 삶을 포기하지 않도록 애썼다.

오전 8시41분 선체 외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구조대와 마주치게 되자 심씨는 외벽을 마구 두들기며 필사적으로 구조를 요청했다. 마침내 오전 8시48분 인천구조대가 심씨 일행 3명을 차례로 구조했다. 사고 발생 시각으로부터 2시간43분이 지난 시점이었다.

인천해양경찰서는 경비정이 민간어선과 함께 계류하고 있어 출동이 지연됐다는 지적과 관련, 영흥도에 해경 전용 계류시설을 추진하기 위해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